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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도움주기서 다함께 보람찾기로

Posted January. 02, 200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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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손태규(68) 씨는 자원봉사 경력 38년의 베테랑 자원봉사자다. 주말을 이용해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손 씨는 더불어 살아가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그의 자원봉사 경력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1998년까지 그는 양로원이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형 자원봉사와 동네 청소 같은 노력형 봉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나 1999년부터는 전공을 살려 노인 대상 한글 교육, 청소년 성폭력 상담 같은 교육 봉사로 자원봉사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물질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38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손 씨는 어려운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 활동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원봉사의 영역을 바꿨다고 말했다.

넓어지는 자원봉사 영역

자원봉사 활동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자원봉사 하면 으레 사회복지시설 봉사를 떠올렸다.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이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이 전체 자원봉사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줄고 있다. 일반적인 자원봉사 활동 영역으로 꼽히는 환경보전 및 자연보호 교통질서 유지 등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공공기관에서 지역사회 개발 행정업무 지원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자원봉사협회가 전국 248개 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한 자원봉사자 1031만여 명의 활동을 영역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복지 영역에서 자원봉사를 한 사람은 전체의 29%로, 36%였던 2005년에 비해 7%포인트가 줄었다.

환경보전 및 자연보호에 참여한 사람도 전체의 10.2%로, 21%였던 2005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교통질서 계도도 6.3%로 9%였던 2005년에 비해 줄었다.

그러나 지역사회 개발 발전(16.5%), 공공행정 분야 사무 지원(6.5%), 공익사업 수행 및 주민 복리 증진(9.6%) 등은 2005년에 비해 증가했다.

단순 도움 주기에서 사회 환원의 계기로

전문가들은 자원봉사의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자원봉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자원봉사 활동을 단순히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얻는 계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록 한국국립재활대 교수는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자원봉사가 경제 성장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이제 자기 삶의 질적 증대를 위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사회가 복잡해지면 개인 생활의 예측 불가능성과 고독감도 커진다며 자원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과 안정으로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범수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면서 자원봉사의 수요처가 늘었고 동시에 일반인들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며 이를 통해 자원봉사의 영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취미와 자원봉사를 동시에

최근에는 취미 활동을 자원봉사와 연계시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사람도 늘고 있다.

또 자원봉사 대상자는 빈곤층이라는 관행을 깨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음악 활동을 취미로 삼고 있는 초중고교 학생들로 구성된 볼런티어 예술단이 대표적이다.

2002년 울산에서 월드컵 자원봉사단 발대식을 위해 구성된 이 예술단은 애초에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탄생했다.

140여 명으로 구성된 이 예술단은 양로원이나 고아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무료 공연을 하지만 일반 공공시설에서도 많은 공연을 열고 있다.

볼런티어 예술단 단원 김동옥 씨는 자원봉사가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는 인식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자원봉사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생한 충남 태안군 기름 유출 사태의 방제작업에선 스킨스쿠버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바다 속 방제 작업에 참여했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인의 취미와 개성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는 현대인들의 욕구가 자원봉사 활동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세형 한상준 turtle@donga.com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