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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눈 올땐 하룻밤새 2m이상 쌓여

Posted January. 05, 200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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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하루는 매일 새로웠던 것 같아요. 한국으로 돌아가도 아마 이곳의 자연을 잊지 못할 거예요.

20일이면 1년 단위의 남극 세종과학기지 제20차 월동대 근무가 끝난다. 월동대원 17명 중 10명이 먼저 돌아가고 7명은 곧 시작될 기지 대수선 작업을 돕다가 4월에 귀국한다. 중장비 담당 김홍귀(36) 대원은 후발대 7명에 포함됐지만 벌써부터 남극이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김 대원은 이상훈(52) 월동대장을 제외하면 이번 월동대원 가운데 세종기지 최장 근무를 자랑한다. 2000년부터 이번이 벌써 네 번째 남극 근무.

김 대원뿐 아니라 총무 일을 맡고 있는 박명희(45) 대원, 조리를 맡고 있는 이상훈(39) 대원 등 이곳 생활이 처음이 아닌 경력자가 꽤 많다. 혹한의 추위 속에 고립된 생활을 하지만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은 단순하다. 여름인 요즘은 오전 7시 기상해서 아침식사, 8시 전체 회의로 하루를 시작해 오후 5시 청소의 시간을 끝으로 일과가 끝난다. 대원들은 크게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 대원과 전기, 통신, 기계 발전, 중장비 등 기지 유지 업무를 하는 대원으로 나뉘지만 저녁식사 뒤에는 체력단련파와 음주파로 나뉜다. 추위 탓인지 음주파는 1년간 소주 2000병을 소모할 만큼 엄청난 주량을 자랑한다고.

의외로 대원들은 추운 겨울을 선호했다. 바다가 얼어붙고 엄청난 양의 폭설이 내리는 겨울이야말로 남극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겨울에만 닥치는 블리자드(눈 폭풍)는 하룻밤 새 2m 이상 적설량을 기록할 만큼 엄청나다. 눈을 치우는 데 굴착기와 제설기가 동원된다.

인근 다른 나라 기지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지난해 7월엔 한국 중국 러시아 칠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 6개국 기지가 참가한 남극 올림픽이 닷새 동안 칠레 기지에서 열렸다. 세종기지 대원들은 얼어붙은 바다 위를 걸어 대회에 참가해 다른 기지 대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세종기지는 예전만큼 고립된 장소가 아니다. 10년 전 이미 기지에 인터넷이 설치됐다. 3년 전부터는 위성 안테나를 통해 YTN 방송도 시청한다. 전자통신 담당인 이성일(35) 씨는 지난해부터 무료 인터넷전화가 설치돼 수시로 집에 전화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