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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당선인의 인사관에 대한 의문

Posted January. 11, 200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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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경력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인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정권 교체와 함께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던 고위 공무원들이 생존을 위한 줄 대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런 소문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1, 2급 공무원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많이 합류함으로써 증폭되고 있다.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렇다고 자의적으로 인사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라야 한다. 그래야 정부조직이 건강해지고 국정이 제대로 굴러간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 요인을 인사의 실패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자질보다는 코드에 맞거나 코드에 영합하는 만만한 굴신()인물들을 요직에 앉힘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정을 망치고 민심을 등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이 실제로 실용()이라는 명분 하에 과거를 묻지 않는 인사를 대거 하게 되면 또 다른 의미에서 인사 실패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국민이 대선에서 이 후보를 선택한 것은 10년간 좌파정권에 안겨 국정을 농단하고 민생을 어렵게 만든 핵심 관료들에게도 책임을 물으라는 의미다. 이를 외면한다면 정권이 아무리 교체돼도 책임행정, 책임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또한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이 당선인의 자기 부정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이 당선인이 진정한 선진화 시대를 열려면 시장과 민간에 유연한 체질을 갖춘 새 인물들을 최대한 발탁해 써야 한다. 주위에서 능력이 있다는 말을 듣는 사람도 대개는 과거 관치()를 기준으로 그런 인물이 많다. 그들이 과연 선진화 시대의 새 기준에 맞는 유능한 인물인지 의문이다.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춰 그들 중 상당수는 보신()과 처세에 능해 살아남았고, 지금도 처세로 한몫 보려할 가능성이 높다.

10년간 야당 생활을 하다보니 인재풀이 빈약하고, 인사 검증도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어 원하는 인재들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실패한 정권의 핵심 하수인들까지 다시 쓰려는 것은 곤란하다. 힘이 들더라도 좋은 인재들을 더 찾아야 한다. 그리고 앞을 내다보고 지금부터 의미 있는 인재풀 확장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