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국방부를 방문해 국민은 여러분을 신뢰하고 사랑합니다고 방명록에 썼다. 그는 국방장관 합참의장 각군총장 등 군() 수뇌부와 환담하면서 국방이 튼튼해야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의 양해를 얻는 절차를 밟으면서까지 서둘러 국방부를 찾아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고 대북협력기금을 쏟아 부었지만 북은 대량살상용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 이 당선인의 안보 행보는 북측 집권세력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경계해야 하며, 군의 방위태세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노 정부는 2004년 국방백서에서 북을 겨냥한 주적() 용어를 삭제하는 등 북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왔다. 고위직 인사들이 우리 군을 폄훼하는 망발도 했다. 노 대통령은 젊은이가 군에 가서 몇 년씩 썩는다는 말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을 모독하기까지 했다. 북의 도발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서해교전 기념식을 정부 차원이 아닌 해군 2함대사령부 주관으로 치르게 해놓고 대통령은 한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군 통수권자가 앞장서 국방과 안보를 남북관계의 하위 개념으로 취급하고, 북과의 관계개선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보는 듯한 언행을 계속했다.
한반도는 180만 대군()과 엄청난 화력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 현장이다. 전쟁억지력과 평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군이 필수다. 대한민국 군은 그래서 존재한다. 철통같은 국방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협정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세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군이 본분을 잊고 정권의 의도에 따라 춤춘 일은 없었는지 군의 자성도 필요하다. 흐트러진 군기()를 다잡고 부실해진 시스템을 바로잡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통수권자과 군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혼연일체가 돼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