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January. 17, 2008 07:22,
비인기 종목은 메달을 딸 때만 조명을 받아요. 핸드볼이 비인기라면 스키점프는 황무지나 다름없어요.
여자핸드볼대표팀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뜨면서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요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스키점프를 개척하기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는 선수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타르비시오 기적의 주인공인 한국 스키점프의 간판 최용직(26).
그는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에서 열린 제21회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세계규모대회 스키점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 때 단체전(K-90) 멤버였다. 등록선수 7명에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가 5명이 고작인 현실 속에서 등록선수 1000명 이상인 유럽 선수를 제친 것은 기적이었다.
10살때부터 시작 테크닉 좋아 발전 가능성 많아
전북 무주 출신인 최용직은 열 살 때부터 스키점프에 빠져 1998 나가노, 2002 솔트레이크시티, 2006 토리노 등 3개 올림픽에 연속 출전했고, 2003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서 줄곧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유니버시아드 개인전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현실은 더없이 열악하기만 하다. 물질적 금전적 지원은 거의 없다. 7명이던 선수는 하나 둘 떠나 이제 4명이 됐다. 소속팀은 아예 없고 대한체육회에서 주는 훈련비와 일당으로 훈련하고 있다. 이것도 대표팀 훈련이 없으면 나오지 않는다. 강원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러시아의 소치에 지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유니버시아드와 동계아시아경기에서 딴 금메달 덕택에 받는 연금 월 30만 원이 개인 수입의 전부. 여름(2개월)과 겨울(3개월) 유럽대회 참가 외엔 한국에 들어와 각종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번다.
김용화감독, 스키점프 현실그린 영화제작 나서
그래도 꿈을 버릴 순 없었다. 최용직은 솔직히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조금만 더 투자하면 될 것 같아 포기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최용직은 공중 동작과 착지 등 테크닉이 좋아 제대로 훈련을 받는다면 더 큰 선수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이런 가운데 미녀는 괴로워를 만든 김용화 감독이 스키점프 국가대표선수들의 열악한 현실을 그린 국가대표(가제)를 기획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용직은 핸드볼 영화처럼 스키점프에 대해 조금의 관심이라도 끌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용직은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 출전을 위해 16일 독일로 떠났다. 경비가 부족해 그동안 모아 뒀던 마일리지로 비행기 티켓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