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January. 24, 2008 08:52,
임기를 한 달 남겨둔 노무현 대통령의 몽니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및 공약을 사사건건 비판하더니 22일 국무회의에서는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내 소신과 철학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 정부에 노무현 철학과 소신 강요
노 대통령이 새 정부의 조직 개편안에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이 당선인의 철학과 소신에 따라 운용될 새 정부에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내 뜻과는 맞지 않으니 조직 개편을 하려거든 새 정부 출범 후 하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이 뜻을 꺾지 않는다면 새 정부는 정부 조직도 못 바꾸고, 장관도 임명하지 못한 채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대로 장관을 임명하면 몇 달 만에 다시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 정부 출범 직후인 4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어 이번에 못하면 한참 늦어질 수 있다.
거부권 행사 카드를 꺼낸 시기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 조직법 개정안은 우선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사 발언은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 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당연히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다. 따라서 정치권의 협상에 영향을 끼치려는 정치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천호선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 조직 개편은 절차상 현 정부와 현 대통령도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생각하는 정부조직 개편의 수준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청와대브리핑을 통해서, 또는 각 부처 장관이 직접 밝혀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대한 돕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사는 인수위와 한나라당 중심으로 흘러가던 여론을 돌려세웠다. 정치권에는 인수위와 한나라당에 대한 대립각이 세워짐으로써 현 정부 대 차기 정부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임기 말까지 노 대통령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지리멸렬한 범여권의 상황을 볼 때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결과에 대해 수용한다며 민주주의란 패배에 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이 당선인과의 청와대 회동 때는 새 정부가 잘 출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다짐했고, 12월 31일 발표한 2008년 신년사에서는 다음 정부가 더욱 나은 여건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틈만 나면 새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3일 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의 신년 인사회에서 이러다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니냐토목공사만 큰 거 한 건 하면 우리 경제가 사는 것이냐며 50여 분간 교육정책과 한반도대운하 공약 등 이 당선인의 정책과 공약을 비난했다.
4일 경제계와의 신년 인사회에서는 인수위의 활동을 강하게 비판하며 안 그래도 초라한 뒷모습에다 좀 심하다 싶은데 요새는 소금까지 날아오는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소금 뿌리면 내가 깨지고 상처 입겠지만 계속 해보자고 별렀다.
평양 대화록을 유출한 김만복 국정원장이 15일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은 김 원장이 유출한 문건이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내사에 착수했지만 노 대통령은 23일까지도 사표 수리를 유보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연일 국가기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며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것을 자신만의 입장에서 보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사고를 따를 것을 강요하는 지나친 자기중심적 사고라며 임기 마지막 날까지 오기를 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