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분야 대기업의 입사 14년차인 박모(42) 과장은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지금껏 사표 쓸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그는 시장 환경의 급변으로 시장 및 경쟁사 분석 등 대처해야 할 업무가 산적한 상황에서 직장 상사의 빠른 판단과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그런데도 무리한 지시와 사내() 정치에만 여념 없는 일부 상사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국내 직장인들이 직속 상사의 리더십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24일 LG경제연구원, 잡코리아와 공동으로 국내 기업 및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직장인 8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 상사의 리더십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5점도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F학점에 해당하는 낙제점 성적표다.
조직관리 전문가들은 리더십이 약한 간부가 많은 조직에서는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이직률()도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직급 낮을수록 만족도 떨어져
중소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김모(33) 씨는 2년 전 동료 3명과 함께 회사를 그만뒀다. 그가 퇴직을 결심한 이유는 매일 계속되는 야근은 참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강요하는 과장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세상에서 만족하기 힘든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연봉, 둘째는 배우자, 셋째는 직장 상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직장인들에게 상사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는 2050대 연령층의 국내 주요 기업 소속 직장인 741명과 외국계 기업 직장인 102명이 응했다.
조사 결과 상사 리더십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44.1점에 그쳤다.
성()별 직종별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직급에 따른 만족도 차이는 상대적으로 컸다.
사원이나 대리급에선 상사 리더십 만족도가 40.8점에 그쳤다. 이어 과장차장 46.8점 팀장부장 48.7점 임원 54.5점으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만족도가 약간씩 높아졌다.
외국계 기업을 제외한 순수 국내 기업의 상사 리더십 만족도는 전체 평균보다 낮은 42.1점으로 외국계 기업 만족도(55.1점)보다 크게 낮았다.
국내 기업의 경우 리더십 수준 개선을 가로막는 원인으로는 임명 단계에서 자질에 대한 평가와 검증 결여(26%) 부적절한 리더십 육성 체계(22%) 리더십에 대한 적절한 평가 및 측정 부족(15%) 사내 정치와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리더 습성(12%) 등을 꼽았다.
지금의 상사와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
현재의 직장 상사와 다시 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내 기업 직장인은 100점 만점에 39.5점이라고 답했다. 3명 중 2명가량은 다시 같이 일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반면 외국계 기업은 55.1점으로 국내 기업보다 15.6점 높게 나타났다.
상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상위 25%그룹은 직장 만족과 몰입도가 70.7점인 반면 하위 25%그룹은 38.4점에 불과했다. 특히 하위 25%그룹은 최근 1년 새 이직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는 대답이 83%나 됐다.
LG경제연구원 김현기 책임연구원은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회사가 리더십 개발에 얼마나 신경 쓰느냐에 따라 조직의 발전과 안정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창의적 감성 관리자 필요
이번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직속 상사의 평소 행동 유형에 대해 성과 지향적 성향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43%로 가장 많았다. 이에 반해 응답자 자신의 행동 유형에 대해서는 33%가 관계 지향적 성향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인지 응답자들이 자신의 상사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역할은 창의적 감성 관리자(Creative & Emotional Leader)였다. 성과나 관리보다는 관계와 혁신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원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노용진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상사 리더십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하 직원들도 상사와의 좋은 협력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