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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특검조사 방해

Posted February. 01, 200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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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사건 특별검사팀의 윤정석 특검보는 이 사건 수사를 전쟁에 비유했다. 그만큼 힘들다는 뜻일게다. 삼성 임직원들의 잇따른 소환 불응은 아예 작은 전투라고 했다. 특검팀은 10여일 째 참고인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뚜렷한 진전이 없는 듯하다. 비자금 조성 수단인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는 관계자의 결정적 진술이 있은 뒤 삼성 측의 입단속이 강화된 때문인 듯 하다. 특검팀은 그제 작심한 듯 삼성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했다.

이 사건처럼 장외 공방전이 치열한 경우도 보기 드물다. 조준웅 특검은 수사에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는 삼성을 향해 자기들이 죄를 짓고 그 증거를 없애려고 장부를 숨기고 꾸미고, 조사 안 받으려고 출근 안하고 여기저기 피해 다니니까 일을 못하는 것이라고 공박했다. 그는 자기들이 잘못한 게 없거나, 또는 잘못한 일이 있든 없든 당당히 조사 받겠다고 하면 기업 활동에 지장 갈 게 뭐 있느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소환대상자들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초기 수사단계에 불과하다. 이들의 실명이나 얼굴이 언론에 드러나면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됨은 물론, 소속기업의 해외영업에도 큰 손실을 줄 수도 있다. 특검팀은 기업의 영업이익과 임직원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수사의 정도()를 지키면서 협조를 요구하는 것이 공권력 행사의 바른 길이다.

그렇다고 삼성 측의 수사 방해를 결코 정당화할 수는 없다. 조 특검은 어떤 CEO는 중요한 해외계약을 이유로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하길래 조사를 받으면 풀어주겠다고 했더니 이번엔 방송카메라에 (자기 얼굴이) 노출되는 문제를 들고 나오더라며 씁쓸해 했다.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컴퓨터 자료를 훼손한 직원도 있었다. 이런 떳떳하지 못한 자세가 오히려 글로벌 삼성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도 있음을 삼성은 알아야 한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