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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단 향응 인수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사설] 집단 향응 인수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Posted February. 19, 200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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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특위 관계자 9명이 학계 인사 23명과 함께 지난 15일 강화도의 유명 장어요리집에서 4인분에 16만원 짜리 요리를 먹었다. 대부분 교수들인 이들이 서울에서 타고 간 버스는 인수위 자문위원인 모 대학 박창호 교수가 인천시장 특보 자격으로 인천시에 부탁해 지원받았다. 식대 189만 원은 인천시 카드로 결재했다가 말썽아 날 것 같자 박 교수가 대학카드로 정산했다. 이들은 강화군수가 준 선물까지 받아들고 서울로 돌아오며 신흥 집권세력의 단꿈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차기 집권을 준비한다는 인수위 사람들의 처신치고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이다. 이들 중에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한 자리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권한 있는 자리를 맡았을 때 어떻게 처신할지는 넉넉히 짐작이 간다.

강화도 장어요리 유람단은 인수위 내부 지침을 어긴 것은 물론이고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오물을 끼얹었다. 평일 대낮에 강화도까지 점심 대접 받으러 갈 정도였으니 인수위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는 것도 빛을 잃게 됐다.

인수위는 그동안 부동산정책 자문위원 고종완 씨가 자문위원 자격을 이용해 고액 부동산 컨설팅을 해주다 해임됐다. 박광무 전문위원은 언론사 성향조사를 하다 인수위에서 쫓겨났다. 영어 몰입식 교육 갈팡질팡과 소실된 숭례문을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는 덜 떨어진 제안으로 인수위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터에 또 악성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번 사건은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 견제론에 힘을 보태줄 것이다. 한나라당이 호남을 제외한 전국의 시도 단체장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판에 국회까지 싹쓸이하면 강화도 장어요리 유람 이상의 오만과 비리가 터져 나와도 견제할 방법이 없게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지 않겠는가. 한나라당은 10년 만에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의 염원 덕분에 집권했다. 국민의 간절한 기대가 실망으로 돌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정권 출범을 코앞에 두고 이런 일이 생겨 국민에게 부끄럽고 송구하다면서 일벌백계로 다스리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수위 활동 50여 일 동안 네 차례나 사과할 정도로 관리능력 부족을 드러냈다. 관련자 가운데 2명이 사표 낸 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차기 정부는 물론 그 주변에서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