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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역 안배

Posted March. 01, 2008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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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출생지가 전북 완주 어딥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과 유 후보자 사이에 오간 허무 개그 같은 질문과 답변이다. 청와대는 15명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호남 출신을 유 후보자를 포함해 3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스스로 정서적으로 서울사람이라며 출생지가 완주 어딘지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장관 후보에 호남 출신이 적다는 비판을 피해보기 위해 억지 발표를 해 호남 민심을 더 자극했다.

청와대 수석과 장관 인사에 관한 신조어()가 속출하고 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청을 줄인 고소영 S라인과 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을 줄인 강부자 내각이 대표적이다. 법무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청와대민정수석과 함께 5대 정보사정 기관장이라는 국가정보원장에도 영남 출신이 내정되자 영남 향우회 사정라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역대 정권들도 지역 편중 인사로 TK 정권 PK 정권 호남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국무총리나 일부 장관과 권력기관장에는 지역 안배 인사를 했다. 미국에서도 주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조지아 사단 아칸소 사단 캘리포니아 사단이란 말이 나왔다. 주지사 시절 참모와 측근들을 많이 기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들이 대부분이었지 내각은 특정 지역 편중 인사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역 안배 인사는 지역감정을 완화하고 국민 통합을 지향하는 상징적인 정치행위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저에게 학연 지연 혈연은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사는 그 말과 거리가 멀다. 청와대는 능력 중심 인사의 결과라고 한다. 능력 있는 사람은 영남 출신뿐이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어 비() 영남 출신들이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 대통령은 후속 인사들을 통해 편중 인사를 보완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