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측이 인수한 청와대는 한마디로 빈 깡통이었다고 한다. 인사 검증과 국정 운영에 참고할만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넘겨받은 것이라곤 자료 축적 전산시스템인 이지원(e-)과 총무비서관실 업무자료가 고작이었다는 것이다. 이지원 시스템조차 내부 자료가 파기돼 텅 비어있었고, 각종 컴퓨터의 하드웨어도 상당부분 손상돼 있었다고 한다. 믿고 싶지 않다.
청와대 업무 및 기록의 인수인계는 정권 교체의 상징이자 국정 연속성의 관건이다. 그런데도 정상적 인수인계는커녕 업무 참고용 자료조차 주고받은 게 없다니, 결국 국민이 우롱당한 꼴이다. 노 전 대통령 측과 이 대통령 측은 서로 상대방이 인수 또는 인계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지만 양쪽 다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1월 31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국정 보좌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다시 정리해 인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80쪽 분량의 인계 자료집, 77권 분량의 정책 백서, 552건의 업무 매뉴얼, 5만7000건의 보고서 등이 대상이라고 했으나 빈말이 되고 말았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관련 문서와 자료를 지난해 4월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기 성남 소재의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겼다고 한다. 현재까지 402만 건이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든 기록물을 남김없이 이관했는지는 알 수 없다. 행여 고의로 기록을 파기했거나 누락시켰다면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 새 정부 측이 인수에 소홀했더라도 관계 당사자들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현행법에는 이관하는 측이 지정한 중요 자료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현재로선 접근이 불가능하다. 청와대의 핵심 국정자료는 보존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활용해야 국가적으로 의미가 있다. 경위가 어떻든 인사 검증과 국정의 원활한 수행에 필요한 자료들은 비록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겨졌다 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