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렌들리 행정 이정도는 돼야

서류를 접수하고 승인이 나기까지 2시간 4분이 걸렸다. 통상적으로는 15개월 걸리는 사업이었다.

결재 칸에는 시장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다. 이어 부시장단장과장팀장 순으로 서명했다.

이화여대가 25일 신청한 파주 캠퍼스 건립사업은 이렇게 순식간에 처리됐다. 행정 규제의 전봇대를 뽑아내기가 얼마든지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이다.

파주 캠퍼스는 월롱면 영태리 캠프 에드워드 일대 85만여 m에 들어선다. 교육 및 연구시설 위주로 만든다. 사업승인을 받아야 토지를 매입하고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전에 여러 기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점.

경기도,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재청, 한강유역환경청. 거쳐야 할 기관이 한두 곳이 아니고 법령도 복잡해서 돌고 돌다보면 15개월 정도 걸린다. 우선 사업 승인을 신청하면 파주시 내부 검토를 거쳐 경기도의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받는 데만 3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이 절차가 끝난 뒤 환경 교통 재해 등 영향평가와 실시계획인가까지 1년이 더 걸린다.

파주시는 이화여대가 사업신청서를 내기 훨씬 전부터 손발을 같이 맞췄다. 지역 발전에 기여할 사업인데 행정절차가 규제 전봇대가 되면 곤란하다고 판단해 처리시일을 앞당기기로 했다.

행정안전부의 미군 공여지 개발사업 승인 절차가 진행되는 지난해 1년을 활용해서 관련 부처와 미리 실무협의를 했다.

2006년 이화여대와 캠퍼스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태스크포스를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파주시와 이화여대는 격주로 실무회의를 하며 상황을 점검했다.

파주시는 이날 오후 3시 반경 승인 내용을 고시했다. 사업을 시행하면서 법적인 후속절차를 이행하는 조건을 달았다.

덕분에 이화여대는 15개월 후 최종 승인을 받아야 가능한 토지 매입을 이날부터 할 수 있게 됐다. 이화여대는 학교 발전, 파주시는 지역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윈윈의 날이었다.

공무원들이 마음만 바꿔 먹으면 몇 시간 만에 인허가가 나는 이런 파주시의 사례는 결국 기업들이 해당 자치단체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을 먹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 행정의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동영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