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은 총선을 이틀 앞두고 투표율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령대별 투표율에 따라 각 당의 이해득실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3일 실시한 유권자의식조사 결과 적극적 투표 의향 층이 63.4%로 나오자 비상이 걸렸다. 이는 4년 전 이맘때 조사(77.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의 마지노선이라고 여기는 마의 50%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 사상 처음으로 투표자에게 박물관이나 공원 등 전국 1400여 개 국공립 유료시설 이용 시 면제나 할인 혜택을 주는 투표자 우대제도를 실시하는 등 투표율 올리기에 갖은 애를 쓰고 있다.
투표율 변화에 따라 각 당 이해득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투표율이 낮으면 한나라당에, 높으면 통합민주당에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은 청장년층에, 한나라당 지지층은 장노년층에 많기 때문이다. 대체로 장노년층의 투표 의사가 확고하기 때문에 예전 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으면 그만큼 청장년층의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때문에 민주당 후보들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투표율을 올리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본보-MBC 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한 선거구의 경우 30대 응답자에서 민주당 후보(54.7%)가 한나라당 후보(23.5%)를 31.2%포인트 앞섰지만 60대 이상에서는 한나라당 후보(47.8%)가 민주당 후보(23.8%)를 24%포인트 앞섰다. 60대 이상은 88.5%가 적극 투표하겠다고 밝힌 반면 30대 응답자는 57.4%만 적극적으로 투표하겠다고 밝혀 민주당 후보 측은 청장년층의 투표율 올리기에 한창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당시 20대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던 점에 비춰 볼 때 이 등식이 모든 선거구에 적용되지는 않을 가능성도 크다.
또 영남의 장노년층의 경우 오히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지지자가 많아 투표율이 낮을수록 한나라당과 곳곳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친박연대나 친박계 무소속 후보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유선진당 측은 투표율이 낮을 경우 한나라당의 조직표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50대 이상 유권자 영향력 커져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17대 총선에 비해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선택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50대 유권자는 17대 때에 비해 118만5880명, 60대 이상 유권자는 90만4000여 명이 늘었다. 반면 20대 유권자는 17대 때보다 161만8272명이 줄었다.
수십, 수백 표 차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도 이런 경향을 보인다. 50대 이상 유권자가 17대에 비해 서울은 44만9043명, 경기는 55만4732명이 늘었다. 반면 20대 유권자는 17대에 비해 서울이 23만837명, 경기가 2만1275명 줄었다.
본보 여론조사 결과 20대 적극 투표 의사층은 4060%에 그친 반면 30, 40대 적극 투표 의사층은 4070%, 50대 이상은 80% 이상으로 조사돼 50대 이상의 영향력은 실제 유권자 비율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총선 당일 비 예상, 누구에게 유리?
기상청은 9일 전국적으로 흐린 날씨를 보이다 이르면 오전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 당일의 날씨와 투표율의 상관관계도 관심이다.
미국 정가에서는 투표 당일 비가 오면 공화당에 유리하다고 해서 리퍼블리컨 레인(Republican Rain)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비가 오면 유권자들이 여행 등 외부활동을 하기보다는 집에 머물기 때문에 가까운 투표장을 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비가 많이 올 경우 투표장까지 안 간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20년간 총선 투표일에 비가 온 날은 14대 총선일인 1992년 3월 24일로 당시 투표율은 71.9%였다. 13대(75.8%)보다는 투표율이 낮아졌지만 15대(63.8%)보다는 높아 비 때문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투표율 저하 경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총선 당일 날씨가 화창하면 2040대의 투표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으로 비가 올 때는 젊은층의 선거 참여율이 조금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일단 비 오는 날씨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이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날씨와 투표율, 투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