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조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5일 오후 수사팀 최종 회의를 열어 기소 대상자 및 형사처벌 수위를 잠정 결정하고 수사 결과 발표문 작성에 들어갔다. 특검팀의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셈이다.
특검팀은 이날 회의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3조 원대 계열사 차명주식을 보유한 채 1500억 원이 넘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했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이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된다.
이들에게는 그룹 경영권을 이 회장에게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넘기기 위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 발행하는 데 공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도 적용된다.
이 회장은 불구속 기소=이 회장의 불구속 기소는 13년 만이다. 그는 1995년 8명의 다른 재벌 총수와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회장에게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되면 차명주식 양도세 포탈 혐의로 기소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면 판례도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유무죄를 다투는 법리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도 차명계좌를 이용한 조세포탈 혐의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받았지만 그의 구체적인 혐의는 이자소득세 포탈이었다.
법조계에선 1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된 조세포탈 액수도 유례없이 큰 규모라는 평가가 많다.
에버랜드 사건 기소=이 회장에 대한 기소는 에버랜드 사건 검찰 고발 이후 7년 10개월 만이다. 전국 법대 교수 43명은 2000년 6월 이 회장 등 3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룹의 경영권이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승계되는 과정에서 아버지인 이 회장이 모를 리 없을 것이라는 의혹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특검팀 소환 조사 때 내가 지시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SDS 사건 개요도 에버랜드 사건과 비슷하지만 기소 방침은 다소 의외라는 얘기가 많다.
이 부회장과 김 사장 역시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한 두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다.
삼성화재의 10억 원대 비자금 의혹은 특검팀이 전통적인 의미의 비자금 혐의(횡령)를 적용한 유일한 사건이다. 특검팀은 황태선 사장 등을 기소하지만 전략기획실이 개입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금품 로비 등 무혐의=금품 로비와 관련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단 한 가지도 신빙성 있게 소명된 것이 없다는 게 특검팀의 결론이다.
김 변호사는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에게 직접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으나 특검팀은 김 변호사가 주장한 금품 전달 방법과 시기 등을 객관적으로 믿기 어려웠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변호사가 주장한 에버랜드 사건 증거 조작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도 찾아낼 수 없었다.
특히 1998년 12월 에버랜드가 매입한 삼성생명 주식 18%가 이 회장 소유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는 단순한 의혹으로 그쳤다.
삼성이 2002년 대선 전 구입한 국민주택채권 837억 원어치 가운데 삼성이 보유하고 있었다며 원본 및 사본을 제출한 443억3000만 원어치 채권의 유통 경로에서도 특검팀은 형사처벌을 할 만한 문제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