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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놓다가 헤드헌터 다리 걸기도

Posted May. 16, 20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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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최근 유명 자산운용사에서 상품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모(31) 대리는 헤드헌터로부터 경쟁업체로 연봉을 높여 이직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면접을 봤다.

김 대리는 채용서류에 최종 서명하기 직전에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당초 요구조건과 달리 이직조건이 현재 직급(대리)보다 한 단계 아래인 평사원이었던 것.

김 대리가 항의하자 담당 헤드헌터는 미리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연락을 끊었다.

김 대리는 사표를 썼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헤드헌터가 성공수수료에 눈이 멀어 농간을 부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 2

게임개발자인 이모(33) 씨. 올해 초 큰 회사로 옮기고 싶어 헤드헌터를 찾았다.

이 씨의 이력서를 본 담당 헤드헌터는 지금 연봉의 몇 배를 받게 해 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는 이 말만 믿고 사표를 썼지만 3개월 동안 직장을 잡지 못해 애태웠다. 이 씨는 헤드헌터가 자신의 이력서를 수십 개의 동종업체에 뿌려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서 기피 인물로 낙인찍힌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땅을 쳤다.

금융, 정보기술(IT) 분야 이직 수요 급증해 헤드헌팅 활발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헤드헌터의 잘못된 정보제공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 타깃은 이직 수요가 급증한 금융과 IT 부문.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에만 4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증권업계의 신규 인력수요를 1만1000개로 보고 있다.

재교육 비용을 아끼기 위한 업체와 기존 경력자를 맺어 주는 헤드헌터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국내에 활동 중인 헤드헌팅 업체는 외국계를 포함해 400개 정도. 시장 규모는 4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헤드헌터들은 구직자가 고객사에 최종고용이 돼야만 연봉의 20%가량을 보수로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성공 보수에 집착한 일부 헤드헌터가 중간에서 정보를 왜곡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

김 씨와 이 씨의 사례 이외에도 일부 헤드헌터는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이직 보상금으로 보통 2, 3년 이상 근무해야 지급)를 연봉에 넣어 이직자를 속이기도 한다. 사이닝 보너스는 지급조건을 만족해야만 주는 것으로 통상 연봉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헤드헌터는 채용이 끝나기도 전에 이직자에게 합격 통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주변 지인 활용하고, 헤드헌터 직접 만나 봐야

이직자들은 다니던 회사에 자신의 이직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장래의 직장이 될 수 있는 업체와 돈 문제로 티격태격하기도 부담스럽다.

이직자들이 대부분 헤드헌터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헤드헌터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믿을 만한 헤드헌팅 업체를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의 김철섭 과장은 이직자도 주변 지인 등을 통해 옮기고자 하는 회사의 분위기나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터웨이 파트너스의 김수미 팀장은 상당수의 구직자가 헤드헌터를 만나 보지도 않고, 자신의 개인정보가 담긴 이력서를 메일로 보내주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스트올의 박영기 게임담당 부장은 자신의 현실적인 조건에 비해 턱없이 높은 대우를 받게 해주겠다는 헤드헌터들에 대해서는 일단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