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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올 땐 맞는다

Posted May. 16, 20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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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몰아칠 땐 일단 맞는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정치적 위기에 대응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이같이 묘사했다.

실제 인터넷과 일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면서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무차별적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참모들 사이에선 좌파세력의 선동에 정면대응하자는 이념적 정치적 반격론도 대두됐으나, 이 대통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한다.

한 참모는 오랜 최고경영자(CEO) 생활을 하면서 을()의 처지에 섰던 이 대통령은 갑()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당장 맞서기보다는 일단 맞을 매는 맞은 뒤 시간을 갖고 설득해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14일 미래기획위원회 회의에서 인터넷 등을 통한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도 인터넷이나 젊은 세대라는 새로운 흐름과 맞서는 게 아니라 이를 적극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 활용해야 한다는 실용적 위기대응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라면서 남에게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이 먼저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자기 변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스타일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위기대응 방식은 권투로 치면 아웃복서형에 가깝다. 상대방이 공격해 올 때는 일단 방어하며 반전의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이 대통령은 눈이 올 때는 빗자루를 들고 쓸어봐야 소용없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말도 종종 인용하곤 한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회의석상에서 과거 왕() 회장(정주영 회장)을 모셨을 때를 회고하며 정 회장과 의견이 부닥칠 때 절대로 앞에서 아니 되옵니다라고 하지 않았다. 시간과 기회를 봐가면서, 불쾌하지 않도록 그때 말씀하신 게 실은 좀 이런 것 같습니다라고 슬쩍 운을 떼면 나중에는 결국 바꾸더라고 말했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의 말이 갈수록 겸손 모드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징표이다. 동시에 더욱 신중해진 자기성찰적 태도는 쇠고기 정국에 대한 향후 해법이 이미 정리됐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성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