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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자 유치, 대통령이 뭐 좀 보여주나 했는데

[사설] 외자 유치, 대통령이 뭐 좀 보여주나 했는데

Posted August. 01, 200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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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외국기업들의 투자문의가 몰려들자 정부는 MB효과라며 반색을 했다. 이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에 따라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증해 좋은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올 상반기(16월) 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을 10% 이상 인수하기 위해 국내로 들어온 FDI는 20여억 달러인데 반해, 이미 들어와 있던 외자() 중 한국을 빠져나간 자본은 30여억 달러에 달했다. 순투자는 마이너스(-) 8억8610만 달러로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한 것이다.

외자유치라면 이 대통령의 브랜드처럼 돼 있었다. 비즈니스 외교와 전봇대 제거를 보면서 국민과 기업인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주한 외국기업의 72%가 FDI 증가를 낙관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처럼 실적이 초라하니 우리 경제 어딘가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LG필립스LCD와 하이마트의 대규모 지분매각을 감안하면 자본의 탈()한국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한국은행의 해석은 단견이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순투자는 올해 상반기에 68억1800만 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36% 늘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얽혀 외국인증권투자는 상반기에만 221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게 한국의 투자 매력의 현주소다.

우리가 FDI 유치를 위해 뭘 했는지를 짚어보면 외자가 덜 떠난 게 고마울 정도다. 무엇보다 지난 수 년 간의 인건비 폭등과 세계에서 드문 강성()노조는 한국을 투자기피지역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높아진 대기업과 외자에 대한 반감은 아직 그대로다. 각국이 대도시의 인프라를 활용한 신()산업 창출에 열심인데 한국은 수도권 규제를 남겨둔 채 입으로만 동북아 허브(중심)를 외친다. 한 유럽 기업인은 한국은 외자유치 때는 협조를 약속하지만 정작 투자하고나면 규제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대체 이 대통령이 노 대통령과 다른 게 뭔가.

FDI 실적은 국제기준으로 평가한 기업여건의 종합점수다. 한국은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16위였으나 작년 29위로 떨어졌다. 이걸 그냥 놔두고서는 경제회생도 안되고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