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공격적인 외환시장 개입 여파로 외환보유액이 7월 한 달 사이에 105억8000만 달러(약 10조6858억 원) 감소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475억2000만 달러로 6월 말보다 105억8000만 달러(4.1%)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4월(2472억6000만 달러) 규모로 돌아간 것이다.
7월 말 외환보유액의 전월 대비 감소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1월과 12월 각각 전월 대비 20.0%, 16.4% 줄어든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감소액 기준으로는 197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환보유액이 1997년 말 88억7000만 달러에서 올해 3월 사상 최대 규모인 2642억5000만 달러로 불었기 때문에 금액 기준으로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7월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정부와 한은이 지난달 초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환율 안정에 나서겠다고 공식 발표하고 달러 매도를 통한 외환시장 개입에 적극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지난달 18차례 이상 시장에 개입해 210억 달러가량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에도 외환위기 당시 발행한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원리금 32억 달러의 만기상환과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41억2000만 달러가 줄었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외환시장 개입)가 필요했던 데다 유로화와 엔화 등의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6월말에 비해 떨어지면서 달러화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6월 말 현재 대만(2914억 달러)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외환보유액 급감에 따른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주식과 채권 매도 등의 영향으로 외환보유액이 7월에 크게 감소했지만 시장의 예상보다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며 세계 경제가 나쁜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의 감소가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