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물가 상승분만큼 이자 수입을 챙기지 못하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은행 예금 금리는 비교적 높은 수준인 5%대를 유지했지만 물가가 금리보다 더 빨리 오르면서 실질금리가 3년 7개월 만에 0%대로 떨어진 것이다.
6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중 예금은행의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것)가 0%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조사한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5%였는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 평균 금리도 연 5.5%로 조사됐다. 6월만 놓고 보면 은행 이자와 물가 상승률이 같아진 것이다.
은행 예금 이자에 붙는 세금(세율 15.4%)을 뺀 실효금리는 마이너스다.
소비자물가가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 평균금리까지 오른 것은 2005년 1월(0.0%)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 실질금리는 3.0%였지만 10월에 2.3%로 2%대로 내려섰고, 올해 2월부터 4월까지는 1%대를 보이다가 5월 0.5%로 하락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9%까지 올랐기 때문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실질금리는 더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자금시장에서는 이날 금통위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정책금리를 올릴 경우 물가를 안정시키고 실질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치솟았지만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로 정책금리를 11개월간 인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가가 금리를 따라 잡은 것이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가계 저축 유인이 줄어 금융기관의 자금배분 기능이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실효금리가 마이너스인 데다 주식시장까지 침체기여서 시중 자금도 고금리 상품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도 67%대 고금리 특판 예금을 내놓고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연 금리 6.28%인 YES 큰기쁨예금을 판매해 6일간 2600억 원어치를 팔았다. 하나은행도 주가지수예금인 지수플러스정기예금과 동시에 가입하면 연 7.1%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특판예금 상품을 선보였고 수협도 8월 말까지 2000억 원 한도로 연 6.5%의 확정금리를 주는 독도사랑해 예금을 판매한다. 늘푸른저축은행은 5일자로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금리를 모두 연 6.8%로 올렸다. 솔로몬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6.8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