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퇴근하면 채널 4번이나 80번을 자주 틀게 된다. 지난주 말 광대한 규모의 개회식을 보면서 느꼈던 경계심은 차차 사라지고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미국 행정부에서 동북아 문제를 담당했던 한 전직 관리는 14일 기자에게 베이징 올림픽을 보는 소회를 말했다. 채널 4와 80은 이번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는 NBC방송의 워싱턴 지역채널.
그는 며칠 전 동료들과 이번 올림픽을 베를린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 서울 올림픽 중 어느 쪽과 비유해야 할지 토론을 했다고 전했다.
나치 제국의 앞길을 닦았던 히틀러 시대 베를린 올림픽처럼 베이징 올림픽이 위협적 공룡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인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공신화의 상징인 도쿄 올림픽과 서울 올림픽처럼 올림픽이 동력이 돼 발전과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전망이 갈렸다는 설명이다.
올림픽을 지켜보면서 워싱턴에선 슈퍼 차이나의 도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미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지를 놓고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대비되는 두 시각=조지워싱턴대 박윤식 교수는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피스풀 라이즈(peaceful rise)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 가운데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방의 협력을 필요로 하니까 평화와 협력의 메시지를 강조하지만 경제력과 군사력이 서방과 대등해진 후에도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많다는 설명이다.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중국은 경제 발전을 토대로 정치, 인권에서도 점점 나아질 것이므로 중국하고 계속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한다는 시각과 점점 통제하기 힘든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므로 중국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시각이 상존한다고 전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한 기고문에서 중국은 통제되고 반격되어야 하는 위협이란 시각과 중국의 성장은 미국 경제에도 기회라는 시각이 공존하지만 미국에 유일한 성공의 길은 협력 정책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중 협력 기조는 네오콘(신보수주의) 그룹에는 불만의 대상이다. 네오콘들은 중국의 체제 특성상 21세기 미국의 잠재적 최대 적국은 결국 중국이라는 시각에서 중국 위협론을 확산시켜왔다.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전략국제문제연구소 대니얼 킬먼 객원연구원은 최근 중국이 국제시스템에 더 의존적이 되면 기존 규율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며 묶어두기(binding)를 핵심전략으로 제시했다.
폴슨 재무장관도 2006년부터 시작된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의 성공은 수뇌부, 각료급들 사이의 빈번하고 긴밀한 대화에 의해 가능했다며 공고한 협력과 다자양자 간 강제를 통한 평화적 분쟁해결 외엔 방법이 없다. 처벌적 입법은 미국 경제에도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어느 정도 위협이 될까=조너선 폴락 미 해군대 교수는 최근 각자가 방위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잠재적 대결상황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는 관료적 프로세스에 의해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은 있지만 대결적 상황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고 내다봤다.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이 군사력 증강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막상 방대한 군대를 움직일 동력이 많지 않아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우려가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맬컴 리프킨드 전 영국 외교장관은 한 기고문에서 미국이 장기적으로 중국을 가장 강한 라이벌로 보는 건 맞지만 앞으로 적어도 한 세대 이상은 금메달 위치에 오르지는 못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은 경계심은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동맹(ally)이란 표현을 절대 쓰지 않는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