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9전 전승()으로 미국 쿠바 일본을 누르고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자 일본 언론은 헝그리(Hungry) 정신과 승리를 향한 집념, 일본이 가장 부족한 것을 한국은 가지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를 목표로 했지만, 금메달 13개에 종합순위 7위를 기록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최고 성적이다. 무엇보다 수영과 야구에서 진입 장벽을 깸으로써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제 베이징의 성화는 꺼졌다. 오늘 오후 세종로 사거리와 서울광장에서는 메달리스트를 포함한 태극전사 350여명을 위한 국민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이나, 선수들과 한 몸이 돼 응원한 국민이나 모두 신이나기는 마찬가지다.
쓰촨 대지진과 티베트 사태 및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30년 만에, 중국은 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러내면서 세계 지도국의 일원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개막식이 중화()의 영광과 부활을 알리는 서곡()이었다면, 어제 폐막식은 세계와 함께 하는 중화가 될 것임을 다짐하는 무대였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종합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세계로 나아가는 중국의 굴기(굴)는 스포츠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칼럼에서 지금은 스포츠로 놀랐지만 앞으로는 예술 과학 교육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게 될 것이며, 우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 경제분석기관 글로벌인사이트는 중국이 내년에 세계 상품생산의 17%를 차지해 미국(16%)을 따돌리고 제조업 1위 국가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굴기가 일으키는 파도를 제일 먼저 맞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한반도다.
한반도는 대륙의 끝이자, 해양의 시작이다. 우리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중화의 굴기에 대비해야 한다. 그 기조는 역시 한미동맹이다. 튼튼한 한미동맹과 한중의 전면적 협력관계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 서울을 방문해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태극전사들의 올림픽 경쟁력을 국민통합과 선진화의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일은 정부와 국민의 몫이다. 수영의 박태환은 인재 발굴을 위한 수월성 교육의 정당성을 새삼 확인해준다. 비록 28위에 그쳤지만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부터 베이징 올림픽까지 네 번 참가한 이봉주(38)는 우리 국민이 표상으로 삼아야 할 투혼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 대학 교수는 최근 한국 언론 기고문에서 2차 대전 이후 경제발전을 겨루는 스포츠가 있다면 한국은 강력한 금메달 후보이겠지만, 한국은 이제 선진국 리그로 옮겨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썼다. 후카가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건국 60주년 기념사에서 한국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은 새 리그의 경기종목일 뿐 우승전략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승부의 결정처는 모방이 아닌 오리지널러티(창의성), 체격(나라의 크기)이 아닌 생산성, 새로운 경기규칙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경쟁력이다. 이런 경쟁력들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돼야 대한민국은 선진국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출전자격이 생긴다.
이명박 정부가 어제 출범 6개월을 맞았다. 새로운 4년 6개월을 향해 뛰어가야 할 출발선에 새로 서는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 반년은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 삶의 선진화를 준비한 기간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한 학기 성적표는 초라했다. 6개월 만에 괄목할만한 경제실적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과연 법치()와 신뢰, 국민통합과 경제 살리기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다.
이제부터 베이징 올림픽에서 뛴 우리 선수들의 투혼을 본받아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국가경쟁력을 키워 선진화라는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