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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복식 우승 더 간절했었죠

Posted August. 27, 20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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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받던 휴대전화는 하루 종일 전원이 꺼져 있었다.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배터리가 나갔는데 충전기가 없어서.

이효정(27삼성전기)은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파트너였던 이용대(20삼성전기)가 윙크 왕자로 불리며 최고 인기를 누리면서 덩달아 주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효정이 아니라 이용대의 짝으로 부각되는 상황.

그래도 이효정은 25일 귀국해 보니 용대가 완전히 떴네요. 용대와 함께 뛰는 나를 싫어하는 여성 팬이 생기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배드민턴에 대한 애정만 커진다면 그게 더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이효정은 미완의 대기였다. 181cm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갖췄지만 약한 근성이 문제였다. 한없이 착하기만 해 성공한 운동선수에게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독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교통사고로 10년 넘게 병석에 계시는 아버지와 어려운 가정 형편도 어린 시절부터 그의 가슴 한 구석에 그늘로 남아 자리 잡았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복식에서도 그랬다. 1년 선배 이경원(28삼성전기)과 짝을 이룬 결승에서 그는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길영아 삼성전기 코치는 지려고 뛰는 애 같아 보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왜 그랬을까. 이효정은 혼합 복식보다는 내심 여자 복식 우승을 노렸다. 3월 전영오픈에서 중국 선수를 3연속 물리치며 결승까지 올라 자신감도 컸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결승에서 10년째 한솥밥을 먹으며 친언니처럼 의지하던 정신적인 지주 이경원이 발을 다쳐 두 차례나 경기 중 치료를 받으며 크게 흔들렸다.

아픈 언니를 보니 내가 더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오히려 경기를 망쳤어요.

은메달에 머문 아쉬움에 이효정은 이경원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이틀 후 혼합 복식 결승에서 이효정은 달라졌다. 7년 밑인 이용대와의 호흡은 완벽에 가까웠다. 네트 플레이에서는 한 템포 빠른 공격으로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넋을 빼놓았고 후위에서도 묵직한 스트로크가 위력을 보였다.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건 이효정은 키가 커 이상하게 보일까 봐 코트에 눕지는 않았다며 여유 있는 소감까지 밝혔다.

이효정은 월급과 상금 등으로 모은 돈으로 부모님께 부산 북구 구포동에 아파트를 장만해 드릴 만큼 효녀다. 시력이 0.1에 불과해 경기 때 렌즈를 끼는 그는 사복을 입을 때는 옷에 맞춰 안경 4, 5개를 번갈아 끼며 멋에도 신경을 쓴다. 해마다 송년회에서 소원을 빌 때는 애인이 생겼으면이라고 말한다.

한국 셔틀콕의 간판스타가 된 이효정은 올림픽을 계기로 한 단계 올라선 것 같아요. 다음 달 7일부터는 대만오픈을 통해 국제대회에 복귀하는데 기대가 커진 만큼 어깨가 무겁네요. 다시 시작해야죠. 용대, 경원이 언니도 마찬가지예요라며 각오를 밝혔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