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미, 유일 슈퍼파워 시대 막내려 세계와 소통하는 리더십 필요

미, 유일 슈퍼파워 시대 막내려 세계와 소통하는 리더십 필요

Posted September. 04, 2008 09:27,   

ENGLISH

마이클 듀카키스(75)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

그리스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내다 1988년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됐던 인물이다. 후보로 선출될 때까지만 해도 높은 지지를 받았던 그는 공화당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말려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일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에서 가을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듀카키스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선 시즌을 맞아 20년 전의 기억을 되살릴 수밖에 없는 그의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며칠 전 덴버 민주당 전당대회에 다녀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여전한 민주당 당원답게 그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침이 마를 만큼 칭송했다.

미국 정계에서 그 누구보다도 미국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있는 인물이다. 일례로 그는 이라크 철군과 관련한 논쟁을 훌륭히 마무리했다. 오바마 후보는 이라크를 직접 방문해 16개월 내 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했고 이라크 지도층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대선 낙선 후 정계에서 은퇴한 그는 10년 넘게 매년 가을과 겨울 미국 동부(노스이스턴대)와 서부(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를 오가며 강의해 왔다. 회색 점퍼 차림에 흰 운동화는 그의 캠퍼스 유니폼이다. 개인 비서도 두지 않고 직접 행정업무를 챙긴다.

그가 가르치는 과목은 미국 대통령학(US Presidency)과 제도적 리더십(Institutional Leadership). 한때 본인도 열망했던 백악관의 주인 자리에 대해 그는 요즘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 미국의 국제 위상에 대한 신랄한 진단이 그의 답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지도자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에서 바보 같은 전쟁을 감행했고 이를 만류하던 국제사회의 선의를 저버렸다. 미국이 누리던 세계적 위상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그러면서 그는 다극 체제로 가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이제 유일 슈퍼파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때일수록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더십은 민초들과의 교감(in touch with grassroots)을 전제로 해야 한다. 나 역시 주지사 시절 관저에서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면서 시민과 대화하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듀카키스 교수는 625전쟁 직후인 1955년 12월 군사정전위원회 소속 유엔 사절단 통신병으로 경기 문산에서 16개월 동안 복무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잿더미의 한국은 참 가난한 나라였지만 내겐 미국 외의 세상에 눈뜨게 해 준 소중한 배움터였다고 회상했다.

내친 김에 지도층에 대한 불신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슬쩍 운을 떼자 신중하지만 뼈 있는 답이 되돌아왔다. 한국 얘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누구도 (국민과 격리된) 리무진 뒤에서는 아무것도 듣고 배울 수 없다.

스스로 합리적 이상주의자(pragmatic idealist)로 자처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자주 얘기하는 교육자로서의 조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이 그다웠다.

불가능이란 없는 거야(The Sky is the limit)!



김정안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