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의 9월 제조업 지수가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유로지역 실업률이 8월에 7.5%로 높아지는 등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 침체로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으로 최근 하락한 국제 유가가 그나마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숨통을 터주고 있다.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16월)에 올랐던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등 경기 진작책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유럽중앙은행 10월 금리는 동결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일(현지 시간) 10월의 기준금리를 4.25%로 동결한다고 발표한 뒤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도 검토했다고 말해 향후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유로지역의 물가 상승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다소 줄었다면서 반면 내수 감소와 금융경색으로 경기활동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ECB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금리를 2.5%에서 2.0%로 낮춘 2003년 6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다.
28,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는 미국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전망이 악화되면서 의회가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을 승인하는 것과 별개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연방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호주, 19조 원 예산 조기집행
재정지출 확대에 나서는 정부도 늘어나고 있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띄우려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2일 200억 호주달러(약 19조1800억 원)의 호주건설펀드(BAF) 예산을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9일 시작되는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 전회)를 전후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로 중국 정부의 관리목표 수준(4.8%)으로 하락했고 18월 재정흑자도 1조3351억 위안이나 돼 재정을 지출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 상황 급변땐 국회와 예산 수정 논의
한국도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적정한 수준의 재정지출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는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정 건전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재정을 확장 기조로 잡는 게 맞다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한 재정 확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필요하면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 짜놓은 내년 예산안을 수정해 경기상황에 대처할 방침이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1일 2009년 예산을 짠 다음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해 수정할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상황이 급변하면 국회에서 (수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