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육군사관학교 가()입교생 250여명을 상대로 한국의 주적()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당시 김충배 육사교장은 결과를 보고 경악했다. 미국을 주적으로 꼽은 생도가 34%로 북한을 지목한 생도 33%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명색이 장교가 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할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상대해야 할 적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니, 중장으로 예편한 김 씨는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충격이 되살아나곤 한다.
최근 선진통일교육센터와 자유민주연구학회가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두 기관이 서울시내 초중고생 1955명을 상대로 어느 나라가 625 전쟁을 일으켰느냐고 물었더니 35.1%가 한국이라고 꼽았기 때문이다. 445%는 북한이라고 제대로 답했지만 어떻게 3분의 1이 넘는 아이들이 한국이라고 답한다는 말인가. 불과 엿새 전 건군 60주년을 맞아 북한의 오판과 도발로 인한 제2의 625 전쟁과 같은 비극을 다시는 겪지 말자고 다짐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4년 전 육사 가입교생들은 북한이 아닌 미국을 주적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를 전교조 교사들의 교육 때문이라고 밝혔다. 초등학생들의 잘못된 625 인식도 그 연장선상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자유민주연구학회의 김광동 박사는 초등학교에선 특별히 625를 가르칠 과목이 없기 때문에 일부 좌 편향 교사들의 인식이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이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내 초중고교 교원의 15.5%가 전교조 소속임을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다.
김 전 육사교장은 당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균형 잡힌 역사교재를 만들어 입교생(64기)들을 가르쳤고, 그들은 올 3월 소위로 임관했다. 그들은 이제 더는 미국을 주적으로 꼽지 않는다. 북한이 625 전쟁의 주범이며, 탈()냉전과 함께 남북도 화해하고 협력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북한의 실체를 직시하고 안보태세를 더욱 강화해야 함을 안다. 우리 아이들의 잘못된 625관을 바로잡을 책임도 교육에 있다. 마침 교과서 개정 노력도 활발하니 사회 전체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