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1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63차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G-20 재무장관회의, 한일 재무장관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출국한다.
이에 따라 달러 유동성과 관련해 한중일 또는 한미 간 국제 공조체제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8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공동기금을 앞당겨 조성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급하지 않은 중국과 일본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한중일 및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은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동기금을 조성키로 하고 올해 5월 규모(800억 달러 이상) 및 한중일과 아세안 간 분담비율(80 대 20)에 합의한 바 있다.
문제는 조성 시기. 정부는 내년 5월 한중일 재무장관회의 때까지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중국과 일본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서로 돈을 많이 내려고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낼수록 발언권과 기금 사용에 대한 결정권이 크다.
세계 외환보유액 1위(1조8088억 달러)인 중국은 외환보유액 기준으로 분담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2위(9967억 달러)인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조정자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중국 재무장관은 미국에 오지 않는데 필요하면 중국에 가서 직접 만나겠다고 밝혔다. 공동기금을 8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타진할 방침이다.
정부가 국제 공조체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10월 고비를 넘기면 본격적인 지구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추운 겨울을 견디려면 혼자 힘보다는 각국이 힘을 보태는 게 수월하다는 것.
강 장관은 우리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확정된 다음 날 금융시장이 오히려 불안했던 것처럼 미국도 구제금융법안 통과 후 세부 시행 방안에 대한 의문점이 해소될 때까지 시장 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10월 말까지는 불안심리 해소에 주력하되 이후에는 지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과 미국이 유동성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민간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전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 연방준비은행(FRB)으로부터 단기 달러 유동성을 공급받기 위한 중앙은행 간 달러 스와프라인(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것)을 구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정부는 원화가 국제결제통화가 아니어서 담보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일 재계 지도자들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미타라이 후지오() 일본 경단련()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즈니스 서밋 라운드테이블 제2차 회의를 갖고 일본 기업이 주로 투자하는 부품소재 전용공단을 국내에 설치하는 방안 등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