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환율 숫자 관리에 집착하다 더 큰 위험 부른다

[사설] 환율 숫자 관리에 집착하다 더 큰 위험 부른다

Posted October. 14, 2008 06:46,   

ENGLISH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던 환율이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외환시장을 휩쓸었던 패닉(심리적 공황)은 일단 진정이 된 모습이다. 그러나 환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당국이 개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2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었다. 환율 하락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귀중한 외환의 곳간을 축낸 것이 과연 합당한 정책인지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환율이 눈앞에서 요동칠 때마다 목표치를 세우고 환율을 떨어뜨려야 마음이 놓이는 당국자들의 인식이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과연 타당한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환율이 해당국 경제의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유용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이 오르는 것 자체가 경제의 재앙일 수는 없다. 오히려 당국자들이 환율 수치에 일희일비()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이 치고 빠지는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올들어 8월 말까지 누적 경상수지 적자가 125억 달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환율 상승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과도한 급등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외환시장의 구조적 취약성 탓이 크다. 이럴 때 정부 정책은 원화 약세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세계적 신용경색으로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우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원화 약세는 우리 돈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해외여행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수출 증대로 달러화 비축을 늘리고 해외소비 자제로 불필요한 달러 지출을 억제하면 환율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

교육 의료 같은 고급 서비스 산업에 대한 과감한 개방과 자유화를 실행에 옮겨 해당 업종의 서비스 경쟁력을 국제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환율 정책이다. 해외에서 쓰는 돈을 국내로 돌리는 노력에 경제주체들이 동참한다면 내수 침체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수출 증대, 수입 억제, 외화유입 촉진, 외화유출 최대한 억제, 국민 내핍체제 구축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가는 지금 당국자들이 새겨야 할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