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건설사의 미분양 주택과 보유 토지를 공공기관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건설업계에 9조 원 안팎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가계대출의 거치기간을 늘리고 처분조건부 대출의 상환기간을 연장해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덜어준다.
이번 대책은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 부문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처방이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건설업의 장기 침체를 방치하면 내수와 투자, 고용 등 경제 전반에 연쇄적으로 충격을 미칠 수 있다. 올 들어 건설업체가 하루에 1개 사 꼴로 폐업하면서 미장 도장 방수 잡역 같은 공사 현장의 서민형 일자리가 줄어 경기침체로 고단해진 서민의 삶이 더 팍팍해졌다.
가계부채가 500조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한꺼번에 진행되면 가계 부실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건설 경기 부양과 가계대출 부담 완화, 부동산 거래 활성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사실상 총동원한 것은 이런 절박감에서 나왔다.
대규모 미분양의 부담을 짊어진 채 신용경색 속에서 근근이 버티던 건설업계는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였다. 97조 원에 이르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가능성에 가슴 졸였던 금융권도 한숨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지원이 건설업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면죄부를 주고 끝나서는 안 된다. 미분양 아파트는 16만 채가 넘는다. 건설업체들이 주택경기 호황만 믿고 기본적인 수급 전망을 무시한데다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한 탓이 크다. 건설업계는 경기가 좋을 때는 분양가를 부풀려 이익을 챙기다가 불황이 되면 고용 창출 효과를 내세워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건설업체는 과감히 퇴출시키고 자금 지원을 받는 업체에 대해선 보유자산 매각 같은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해야 한다. 아무리 건설 경기가 중요해도 도덕적 해이에 빠진 건설업자의 배를 불리는데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