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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 없는 문화부 국감

Posted October. 27, 20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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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마지막 국정감사장엔 몰상식한 폭언이 난무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말이 발단이었다. 장차관, 그리고 낙하산 대기자들, 지금 그들은 이명박의 휘하들이다. 졸개들이다 대통령 직함을 생략한데다 이 정부의 내각 및 정권 창출에 참여한 인사들을 싸잡아 졸개로 표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과를 요구하고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인격모독적 발언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유 장관은 사진기자들이 촬영에 열을 올리자 찍지 마, 에이. 성질이 뻗쳐라며 엉뚱한 곳에 화를 냈다.

이날 소동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유 장관은 서로 상대측에 책임을 돌렸지만 누가 누구를 탓하기 어려운 오십보백보였다. 이 의원은 졸개 외에도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을 귀하라고 깎아 부르며 그의 발언 내용에 시비를 걸었다. 의원들이 걸핏하면 들먹이는 존경하는 의원이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 의원의 질의에 팔짱을 낀 채 답변한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의 자세도 적절치 못했다. 상대방을 높일수록 오히려 자신이 더 올라간다는 겸손의 미덕이 아쉬운 무대였다.

졸개는 남의 부하로 있으면서 잔심부름을 하는 사람을 얕잡아보는 표현이다. 실제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조차 졸개라고 부르면 화를 낼 것이다. 하물며 산전수전 다 겪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장차관 등을 그렇게 불러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이 의원이 지난 정권시절 노무현의 졸개였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지 역지사지()해봤으면 좋겠다. 유 장관의 찍지 마 발언은 언론통제의 발상이 담긴 오만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인터넷엔 유 장관을 비난하는 댓글 도배질이 한창이다.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는 비수()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은 항상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하는 공인()중의 공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국민의 언어 습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교육적 기능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 불편을 겪기 싫다면 아예 정치를 그만두는 게 옳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