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사회간접자본(SOC)사업 목록을 당 예결위 전문위원실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 전문위원실은 의원들에게 목록 제출을 독려하면서 이를 절대 대외비로 분류했다고 한다. 당 측은 이 목록들을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 고스란히 건네 예산안 편성에 반영시킬 계획이다.
A 의원은 지역구의 국도 확장 등 8개 SOC사업에 739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B 의원도 지역구의 도로 건설 등 4개 사업에 526억 원을 반영해달라고 했다. 한나라당 예결위원 29명이 내 지역에서 힘 자랑 하기 위한 예산을 이렇게 끼워 넣으면 경제 및 민생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거꾸로 일까.
이번에 증액되는 내년도 수정 예산안은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비상()예산이다.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예산을 늘리기로 한 것은 극심한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서민 등의 고통을 다소나마 덜어줘 위기 상황에서 넘어서기 위한 고육책이다. 당연히 비상 예산은 경기부양을 위해 꼭 필요하거나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사업,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는데 도움이 되는 분야에 집중 투입해야 옳다.
국가 재정에 돈이 남아돌아서 예산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밝힌 대로 10조원이 넘는 예산을 증액하려면 세금으로는 모자라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는 도리밖에 없다. 그 부담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
의원들의 담합으로 예산이 선심성 또는 낭비성 사업에 많이 쓰이게 되면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경제위기 탈출이라는 목표는 멀어지고 민생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한구 예결위원장은 늘리는 예산이 생산적이냐 아니냐를 따져야 한다며 나눠먹기 예산을 배격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예결위원들이 경제위기 탈출 예산에 젓가락을 대고 먹자판을 벌일 때가 아니다. 평상시보다 더한 긴장감과 각오로 예산안 심의에 임해도 모자랄 판에 경제위기 탈출 예산을 대선과 총선 승리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것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정부와 여당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에 서툴러 경제에 충격을 키웠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 마당에 반성은 하지 않고 10년간 야당을 하면서 예산 배정에서 밀린 한풀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한나라당 대표와 전체 의원은 국민 앞에 예산 나눠먹기 포기 선언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