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서울과 대전 시내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해 온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국전력 중앙연수원 내 한 건물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1163드럼(1드럼은 200L)을 보관 중이다
이 폐기물은 원자력연구원이 2001년부터 한전 중앙연수원 안에 있던 (원자력)연구로 1, 2호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또 대전 유성구 덕진동 원자력연구원 용지 내 가건물에도 1985년부터 지금까지 연구원 내 자체 원자력 관련 시설에서 나온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1만1074드럼이 보관돼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등에서 작업할 때 입는 작업복, 장갑, 덧신, 폐()실험기구 및 부품, 폐필터 등으로 고준위 폐기물(사용 후 핵연료)에 비해 방사능 농도는 낮지만 역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물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북 경주시에 209만8000여 m의 용지를 확보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2010년경 완공 예정)을 짓고 있다. 특히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해 지하 80130m 깊이의 인공동굴을 만들고 높이 50m, 지름 23.6m의 사일로 6기를 설치해 이 안에 폐기물을 보관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원자력연구원은 이들 폐기물을 방사능 오염을 방지할 수 없는 일반 건물 및 가건물 안에 보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중앙연수원의 경우 폐기물이 컨테이너와 드럼통에 담겨 보관돼 있다. 이곳에 설치된 안전관리 시설은 공기오염 감시기 1대 지역방사선감시기 1대 출입자감시기(기존 시설 활용) 연기감시기(기존 시설 활용), 소화기 몇 대 등이다.
대전 폐기물도 드럼통에 담겨 일반 창고 같은 가건물 안 1층에 보관돼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다른 지역 원자력발전소 내 저장 공간이 부족해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2010년 경주 방폐장이 건설되면 옮길 계획이라면서 매년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연구로 용지 내의 방사선량은 전국적인 자연 상태의 시간당 방사선량 530uR(마이크로뢴트겐)보다 적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연구원 주장대로 임시 저장소에 방치된 방사성 폐기물이 만약 안전하다면 1조8000억 원을 들여 경주 방폐장을 건설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즉각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폐기물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