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도()는 고려 성종 때(995년) 처음 생겼다. 전국을 10개 도로 나누고 각 도에 절도사를 뒀다. 도는 고구려의 부(), 백제의 방(), 신라의 주()에 뿌리가 닿아 있다. 현재의 도 명칭은 1413년 조선 태종 때 생긴 8도(경기 충청 전라 경상 강원 황해 함경 평안)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말 한성부와 13도 체제는 1949년 1특별시 9도로 개편됐다. 1995년 민선자치시대를 맞아 1특별시, 5광역시, 9도로 바뀌었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생겨 현행 1특별시, 6광역시, 8도, 1특별자치도 체제가 됐다.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생긴 도와 시군구 행정구역은 산과 강, 계곡 등 자연조건에 따라 형성된 생활경제권이 중심이 됐다. 행정구역에 따라 특유의 문화와 정체성이 생겼고 언어마저 달라졌으며 지역감정도 생겼다. 그러나 도로와 철도가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인터넷이 지상의 경계를 허물면서 국토 운용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행정구역을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행정구역 개편은 17대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행정구역 개편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이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9월 25일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기로 합의도 했다. 전국의 시도 지사들은 대부분 행정구역 개편에 부정적이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개편 방안은 제각각이다. 광역 시도 폐지론과 존치론 외에 시군구 통합론도 나온다. 자유선진당은 전국을 57개 광역단위로 개편하는 강소국 연방제를 주장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권경석 의원은 어제 광역 시도 체제는 유지하고 230개 시군구를 5060개 시군구로 통합하는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박희태 대표는 권 의원의 개인 의견으로 당과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구역 개편은 자치단체별 이해는 물론 국민의 삶과 직접 관련된 가히 혁명적인 사안이다. 필요하다면 헌법도 고쳐야 한다. 하긴 해야겠지만 지금과 같은 국가적 경제위기 속에서 꼭 성급하게 추진해야 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