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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언급할까 세계 이목 집중

Posted November. 22, 20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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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노동당이 내년도 신년 공동사설 집필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 9월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가 언급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이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한국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공동사설 집필 시작=정부 당국자는 21일 북한이 공동사설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미국 대선, 북한의 대남 강경 정책의 와중이라 그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보 관계자도 최근 북한에서 당 간부를 만나고 돌아온 해외 동포 사업가의 말을 인용해 내년도 신년 공동사설 집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신년 공동사설은 김정일 선집 등 최고지도자의 저작 다음으로 중요한 북한의 공식 발표물이다. 대내(정치, 군사, 경제) 및 대외(대남, 대외) 분야의 순서로 김 위원장과 당의 새해 정책 및 지도 방침을 전한다.

당내 각 분야의 담당자들이 의견을 내고 최종적으로 김 위원장 등 최고지도부의 결정을 받아 공표되기 때문에 통상 11월부터 작업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 상속 정당화 가능성=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건강이 좋지 않은 김 위원장이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원칙적인 언급을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른바 계속 혁명론(대를 이어 혁명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논리)과 혁명 3, 4세대(625전쟁 이후에 태어난 김 위원장의 아들 세대)의 역할 강조 등을 통해 부자 상속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권력 분열과 내부 혼란을 부를 수 있는 표현을 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향해 어떤 메시지 담을까=북한은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처음 당선된 뒤인 1993년과 2001년 신년사 및 공동사설에서는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이 재선된 뒤인 1997년과 2005년에는 미국의 대조선 압살정책과 반공화국 책동 등을 강하게 비난했었다.

북한은 직접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오바마 당선인에게는 자신들의 대화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유연한 구애()의 메시지가 은유적으로 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달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 통행 제한 등의 상황이 남아 있지만 남한을 향해서는 거친 비난을 퍼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1994년 이후 신년사와 공동사설에서 남한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한 바 있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