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떼먹을 게 없어 그 돈(방과 후 학교 관리수당) 떼먹느냐. 오래 사셈. 울산 중앙여고 학생들이 썼다는 전단 내용이다. 이 학교 학부모와 동창회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학생들이 교장실 출입문에 붙인 전단에는 이보다 더 심한 문구도 있다고 전했다. 학교 벽에는 붉은색 검은색 낙서투성이다. 비대위는 교실에서 여학생들이 전교조파와 교장파로 갈려 수능시험(13일)을 코앞에 둔 지난달 30일부터 머리채 붙잡고 싸우는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고 탄식했다.
울산시 교육청은 방과 후 보충수업을 권장하면서 교사들에게는 강사료를 주고, 교장 교감 행정직원 등 보충수업 지원 인력에게도 관리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행정 지원을 하는 교장 교감과 직원들이 한 푼도 받지 못하면 위화감과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배려에서다. 이에 따라 보충수업비 일부를 떼 교장에게 관리수당 월 30만 원을 지급하자 소동이 벌어졌다. 관리수당은 학교장이 정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가 참여하는 학교별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울산 고교생 학력수준은 2008년 전국 연합학력평가(4월) 결과 고3 가운데 12등급이 12.3명으로 전국 평균 15.9명에 비해 적다. 1, 2학년 12등급 비율도 전국 평균에 못 미친다. 2학년생 딸을 둔 이인화(자영업) 비대위원장은 올 9월 취임한 교장 선생님이 동분서주해 2, 3학년이 시 교육청에서 학력우수선도학년으로 선정되는 성과가 있었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수당 문제가 아니라 교사들을 독려하는 교장을 축출하려는 음모라고 말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교장이 학부모들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시 교육청이 나서 수당 지급 결정은 정당했다고 판정했지만 갈등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은 강사료 60만80만 원을 받으면서, 교장이 30만 원 받는 것을 문제 삼아 학교를 소란 속으로 몰아넣는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 교사들의 학내 투쟁으로 학교 현장이 뒤숭숭해진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30만 원 투쟁의 피해는 돈으로 계산할 수도 없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