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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항생제 사용 1위 국가

Posted December. 18, 200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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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일곱 살 소녀가 고열과 허벅지 통증으로 입원했다. 의사들은 박테리아 감염으로 진단하고 바로 항생제를 투여했지만 어찌된 까닭인지 약이 듣지 않았다. 평소 건강하던 이 소녀는 폐렴까지 겹쳐 고생하다가 5주후 끝내 숨졌다. 의사들은 이 소녀에게서 슈퍼버그라 불리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검출했다. 2006년 미국 내 MRSA 감염자는 9만4000명으로 이중 1만9000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에이즈 사망자(1만7000명)보다 많다.

MRSA는 반코마이신이라는 강력한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도 있다. MRSA의 사촌쯤 되는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이 그것이다. 이처럼 박테리아와 항생제는 물고 물리는 관계다. 페니실린이란 항생제가 처음 개발됐을 때 인류를 위협하던 전염병은 정복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박테리아는 항생제의 약점을 찾아 내성을 키웠다. 마침내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항생물질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에도 항생제를 많이 쓰기로 유명한 나라다. 비교적 잘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항생제 사용률 1위 기록을 수년째 보유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57%다. 2002년 74%였으나 의약분업과 항생제 과다사용병원 명단 공개로 2006년 54.1%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어린이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어린이 항생제 오남용을 경고하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5세 미만의 아동은 1년 평균 10회 감기에 걸리지만 이중 8090%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성 감기라고 한다. 혼동하기 쉽지만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와 유전자 및 그 껍데기로만 이뤄진 바이러스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바이러스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이 감기 대부분이 바이러스성이라면 항생제를 쓸 이유가 거의 없다. 항생제를 남용하다 감기 대신 아이의 건강을 잡을까 걱정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