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December. 30, 2008 03:14,
민주당 국회의원 50여명이 점거농성 중인 국회 본회의장에는 세발낙지 홍어 꼬막 오징어 홍시 오이 떡 귤 같은 지역 특산물과 각종 음식물들이 답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역구 의원들이 자체 공수하거나 지역 당원들이 격려차 보낸 것이다. 농성 의원들은 도시락을 주문해 먹고 있지만 이렇게 별찬()이 많으니 입맛이 날 것이다. 보름 동안 휴업을 해도 세비는 꼬박꼬박 지급된다. 그렇지만 농성 잔치 분위기에 들떠 서민의 배고픈 고통과 구조조정으로 거리로 내쫓긴 실직자들의 절망감을 잊어버리고 있다면 민주당은 머지않아 분노한 민심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지금 전국에선 셔터를 내리는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았다. 자산 디플레에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한국음식업중앙회에 신규로 회원 등록한 건수는 5만9834건인데 반해 휴폐업 신고를 한 건수는 25만3935 건이다. 문 닫는 곳이 문 여는 곳보다 4배 나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자영업자 수가 8년 만에 처음으로 600만 명을 밑돌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의 부도 도미노도 심각하다. 부도법인 수는 10월에만 211개로 9월의 140개보다 50%나 늘어났다. 전체 일자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부도는 곧바로 실업자의 증가로 직결된다. 실직이나 미취업 상태로 인한 사실상 백수가 전체 취업자의 10%가 넘는 275만 명에 이른다. 일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은 오늘도 이곳저곳 기웃거리지만 손짓하는 곳이 없다.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닫고 중소기업이 도산하면 그 곳에 의존해 삶을 꾸리던 사람들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중산층은 서민으로 밀려나고, 서민은 극빈층으로 굴러 떨어진다. 중산층과 서민의 몰락은 가정의 해체에서 더 나아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외치는 민주당이 지금 경제 살리기와 관련된 법안들을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장에서 깔아뭉개고 있다. 자가당착()이 따로 없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생법안과 쟁점법안을 분리해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최선은 아니지만 국회도 살리고 민생도 살리자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농성장으로 별찬을 보내는 소수의 민심만을 보고 다수의 고통과 분노를 헤아리지 못한다면 정말 가망이 없는 정당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도 야당 탓만 하지 말고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관련된 법안들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