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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법안 낙인찍기

Posted January. 07, 2009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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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찍기의 대가()는 히틀러 나치 정권의 선전부 장관을 지낸 파울 요제프 괴벨스다. 거짓말에 대해 사람들은 처음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계속되면 결국 믿게 된다 나에게 한 문장만 주면 누구든지 감옥에 보낼 수 있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간명한 말로 선전선동의 위력을 설파한 사람은 괴벨스 말고 없다. 유태인 가슴에 다윗의 별 마크를 달게 한 나치의 수법도 낙인찍기의 하나다.

원래 낙인이론은 제도나 관습, 규범 등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오히려 범죄를 유발한다는 범죄학 이론에서 나왔다. 일탈자로 낙인찍히는 사람은 결국 범죄자가 되고 말더라는 것이다. 어린 아이를 주변에서 바보라고 낙인찍으면 이 아이는 스스로를 바보라고 생각하게 돼 진짜 바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낙인이론을 가장 자주 활용하는 집단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다. 연말 연초 의사당 폭력사태를 빚은 민주당이 그중 압권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정기국회 때 100만원의 포상금까지 걸고 대여() 낙인찍기 아이디어를 모았다. 정부 여당이 제출한 법안에 내용의 사실 여부에 관계 없이 부자 감세법(종부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개편) 재벌 비호법(출자총액제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방송 장악법(기업과 신문의 방송소유 허용) 신공안법(시위피해 집단소송제 도입, 인터넷 포털 규제)등의 낙인을 찍어 신() 4대 악법으로 규정한 게 대표적인 예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국가보안법 폐지안, 사학법 개정안, 과거사 관련 법안, 언론관련 법안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4대 악법으로 규정한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민주당은 18대 국회에 들어서도 부동산 폭탄 1% 특권층 감세법안 재벌에 방송 줄래처럼 법안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 낙인들을 마구 찍어대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야당인 한나라당이 세금폭탄(종부세) 잃어버린 10년(경기침체) 용돈연금(국민연금) 등으로 공격한 데 보복인 셈이다. 낙인찍기는 대중의 의식을 마비시켜 판단을 흐리게 하는 공산당 식 덮어씌우기 전술이나, 민심은 언젠가는 깨어나 진실을 알게 된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