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그제 지금이야말로 입법부 행정부 기업 노조 금융회사가 모두 함께 나라의 장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지 자문()해 볼 때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행정부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각종 개혁과제 앞에 주저 없이 나서서 도전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보겠다고 전제한 뒤 입법부는 우리나라의 이익과 장래를 위해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기업은 제대로 투자를 하는지, 노조는 이 어려운 시기에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의 말 속에는 국가 각 분야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절실한 노력들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이수영 경총 회장도 이달 초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데도 국민의 체감 위기의식은 오히려 덜한 것 같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너무 침착하다 못해 안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 너나 잘 하세요라며 윤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지만, 국민은 몰라도 민주당은 이렇게 대꾸할 자격이 없다. 야당의 역할이 건전한 비판이라는 차원을 넘어 민생경제 관련 법안의 발목잡기를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장관이 국회를 비판하는 것은 우리 정치환경에선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윤 장관이 매 맞을 각오를 하고 이런 발언을 한데 대해 공감하는 국민이 많다.
정부도 정치권의 직무유기를 두루뭉수리하게 탓할 것이 아니라 국회를 구성하는 정당들이 법률 제개정 등과 관련해 경제와 민생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조목조목 적시()해 정치권과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노조나 기업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싸잡아서 꾸짖듯 할 일은 아니다. 워낙 위기상황인 만큼 각 경제주체들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개선의 여지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우선 정부의 행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해()가 필요하다. 지난해 광우병 사태 때 촛불의 그늘 뒤에 숨어 빈둥거린 부처와 공무원이 과연 한둘이었던가. 보신()에 급급하며 미적거리다 경제 살리기 법안조차 연말에 몰아치기로 국회에 넘긴 부처도 많다.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규제 개혁도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정녕 국민을 섬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