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박연차 리스트에 현 정권 실세와 검찰 간부들이 다수 들어 있다는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이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직후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현 정권의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변호사, 현 정권 핵심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기업인, 전직 국세청 고위간부 등의 이름이 보도되고 있다. 일부 검찰 간부도 박 씨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과연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과 자체 조직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수사해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박 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 핵심에 줄을 잘 대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추부길 씨에게 1억2억을 건넬 정도였다면 정권 실세나 청와대 및 검찰의 핵심 사정라인에 줄을 대기 위해 공을 들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 변호사가 박 씨 사건의 변호를 맡으려다 청와대의 만류로 포기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청와대도 뭔가 낌새를 챈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검찰은 추 씨 정도를 기소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 씨가 현 정권의 누구를 상대로 어떤 로비를 벌였는지 다 밝혀야 한다. 검찰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직전인 작년 5월부터 박 씨의 휴켐스(농협 자회사) 헐값 인수 의혹을 내사하다 중단한 일이 있다. 박 씨는 몇 개월 뒤인 11월 대검중수부가 수사를 재개하면서 비로소 구속됐다. 이것도 석연치 않다.
검찰이 지난 정부의 실세나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과 관련된 부분은 이 잡듯이 뒤지면서 살아있는 권력 주변에 대해선 적당히 정치적 조율을 하려 했다가는 언젠가 재수사를 하거나 특별검사의 등장을 부르는 수모를 당할 수 있다. 박 씨의 인맥과 재력, 그리고 구명활동 관련 정보 등을 감안할 때 사건의 배후가 더 있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검찰이 이 사건의 전모를 빨리 밝혀내도록 돕는 것이 현 정권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우리는 본다. 어떤 권력자도 이 사건을 영원히 덮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정권 주변의 썩은 부분은 빨리 도려내는 게 상책이다. 야당도 표적사정 야당탄압 운운하며 검찰 수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