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라디오 연설에서 탈세가 범죄이듯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라고 생각한다면서 더구나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돈을 횡령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횡령금액의 두 배까지 물어내게 하고 예산집행에 실명제()를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방공무원의 복지지원금 유용() 등 나랏돈 빼먹기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담겨 있다.
정부가 어제 확정한 28조9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집행할 때도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세계 각국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투어 돈을 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도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 정책은 불가피하다. 추경이 늦어질수록 경기회생 효과는 줄어들고 물가 상승의 부작용이 커지는 만큼 국회와 정부는 신속히 추경안을 처리하고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국민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지 않도록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추경은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이 긴급한 상황에서 나온 만큼 자칫하면 곳곳에서 낭비나 횡령의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지갑의 돈을 꺼내 쓰는 마음가짐으로 예산을 다뤄 누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위기에서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여겨 빼돌리는 사람이 있다면 공무원이든, 기업인이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일선 현장에서 구현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원론적으로 옳은 말이라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2006년 공무원노조법 시행 이후 체결된 정부와 지자체 등의 공무원 단체협약에 예산 누수로 이어질 수 있는 독소조항이 많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일부 기관은 노조활동을 위한 국내외 출장을 공무 출장으로 인정해 출장비를 지급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 보수나 노조 운영비 지급을 금지한 공무원노조법을 단체협약으로 유명무실하게 한 기관도 있다. 법을 집행하는 공직사회에서 사실상 법을 무시하는 단체협약이 존재하면서 세금 낭비로 이어지는 일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공공부문의 불법, 탈법 행위를 바로잡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를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