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목사인 김모 씨(48) 가족의 재무 상태는 항상 마이너스였다. 월 소득은 200만 원인데 고교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로 154만 원, 지인들의 부탁으로 가입한 각종 보험료와 대출이자로 151만 원이 나갔다. 초과되는 지출을 신용카드로 돌려 막았지만 쌓이는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김 씨는 보건복지가족부가 포도재무설계에 위탁해 운영하는 부채클리닉을 찾았다.
상담 결과 연 20%가 넘는 카드 현금서비스 수수료, 5개나 되는 보험, 정확한 소득과 지출을 모를 정도로 무신경한 경제생활이 문제로 파악됐다. 부채클리닉은 우선 김 씨 명의의 빌라를 담보로 연리 6%대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고금리 채무를 상환토록 했다. 월 보험료를 53만 원에서 26만 원으로 줄이고 가계부도 쓰도록 했다. 상담 뒤 김 씨 가족의 월 지출은 305만 원에서 178만 원으로 127만 원이나 줄었다. 만성적자였던 가계수지는 월 22만 원 흑자로 돌아섰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중앙대 경영학과 박창균 교수에게 의뢰해 부채클리닉 상담자 300명의 상담 전후 가계수지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적자는 월평균 74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8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전엔 월평균 소득 199만 원, 지출 273만 원으로 74만 원 적자였지만 상담 후 소득 201만 원, 지출 214만 원으로 지출이 59만 원이나 줄었다.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하고 소득수준에 비해 많은 각종 소비성 지출을 줄인 결과다. 가계부채는 상담 전 평균 5410만 원에서 4073만 원으로 1337만 원 줄어든 반면 저축액은 월평균 3만4000원 늘었다.
이모 씨(51)는 부채클리닉 상담을 받은 뒤에야 돈 모으는 재미를 알게 됐다. 이 씨 가족의 월 소득은 263만 원이었지만 교육비와 생활비, 무계획적이고 잦은 대출에 따른 높은 이자 등으로 매달 지출은 516만 원이나 됐다. 이 씨는 상담 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고금리 대출을 모두 갚고 교육비와 식비 등 각종 소비성 지출을 줄여 매달 조금씩 저축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부채클리닉 상담을 받은 후 조언 내용을 성실히 실천하는 가구는 자활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신용대출) 지원을 하면 효과가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아일보와 보건복지가족부, 하나금융그룹이 저소득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 1-탈출! 가계부채 캠페인의 1단계 사업인 무료 부채클리닉 신청자 수가 9일 현재 2800명을 넘어섰다. 포도재무설계는 3차 상담까지 끝낸 250명 중 자활의지가 강한 38명을 엄선해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지원하는 하나희망재단에 추천했다. 하나희망재단은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자금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부채클리닉 신청: 포도재무설계(02-2088-8802, www.podof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