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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경쟁의 힘 수능, 비법은 없었다

Posted April. 16, 20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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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좋은 지역들의 힘은 우수 교사, 학교지역 간 건전한 경쟁, 폐쇄적 틀을 깬 자율적 학교 운영이었다. 1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한 20052009학년도 수능 성적에서도 그 힘은 분명히 확인됐다.

5년 동안 수능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광주는 교사들의 질을 높이고 수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교단 선진화 사업을 1991년부터 추진해 왔다. 1994년 대학입시에 수능이 도입되기 3년 전부터다. 진학정보팀을 만들어 진학실적이 우수한 교사들을 우대했고, 국제교육팀을 신설해 영어 교사들끼리의 경쟁을 유도해 우수 교사를 지원했다. 시내 고교에 100% 냉난방 시설이 갖춰진 것도 이 사업의 일환이다. 광주시교육청 안순일 교육감은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립학교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명문 사립의 명성을 노리는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한 것도 또 다른 배경이다. 광주지역 고교는 국공립 11개(23.5%), 사립 36개(76.5%)로 사립 비중이 절대적이다. 사립고 가운데 문성고 서석고 광덕고 고려고 금호고 등이 비슷한 수준을 형성하며 명문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

기초단체 가운데는 5년 내내 최상위 성적을 보인 부산광역시 연제구가 단연 눈에 뛴다. 연제구에는 일반고인 연제고와 이사벨고, 특목고인 장영실과학고와 부산외고 등 4개 학교가 있다. 이 가운데 연제고는 2009학년도에 처음 수능을 치른 신설학교다. 2008학년도 수능까지는 3개 학교 중 2개가 특목고였던 셈이다. 연제구는 2007학년도까지 전국 시군구 가운데 1위를 기록하다 연제고가 합류한 2009학년도에는 5위권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다.

경기 과천시는 과천외고, 과천고, 과천중앙고, 과천여고가 있다. 특목고인 외고가 있다는 점이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이유기도 하지만, 인근 안양에서 과천 지역으로 실력 있는 학생들이 유입되는 게 더 큰 이유다. 안양에서 과천으로 유입 학생이 많은 이유는 안양권에는 24개 학교가 있어서 학교 간 격차가 크기 때문. 평준화 상태에서 어느 학교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과천지역 4개 학교는 수준이 상위권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학교에 배정돼도 불만이 줄어든다는 것. 경기도교육청도 안양 학생들이 과천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구역 변경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군단위 지역 가운데 단연 압권의 성적을 보인 장성군에는 인문계고가 장성고뿐이다. 사립학교인 장성고는 전교생의 80%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일종의 기숙형 사립고다. 2006년부터 자율학교로 지정돼 전남 전체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장성고는 기숙사 생활과 연계해 국어 영어 수학 등 핵심 과목을 중심으로 수업을 집중하고 있으며, 우수 학생을 중심으로 수월성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근 목포와 여수 지역의 우수 학생들까지 흡수하고 있다.



김기용 황규인 kky@donga.com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