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하루 종일 탄식과 눈물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 주민은 대통령님!을 외치며 통곡을 하기도 했다.
슬픔에 빠진 봉하마을
서거 소식이 알려진 오전 9시경부터 봉하마을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와 관광객 등 2000여 명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이들은 무리한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중학교 후배인 박영재 진영읍 번영회장은 너무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50년 지기인 이재우 진영농협조합장도 내 친구가 그렇게 떠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봉하마을에서 2km 거리인 진영읍내도 충격에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읍내 대창초등학교와 진영중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창초등학교 후배인 안상철 씨는 검찰수사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 같다며 죽음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경 친노 인사인 배우 문성근 씨가 마을 방송을 통해 유서 내용을 발표하자 봉하마을은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려 통곡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고개를 숙인 채 묵념을 하는 관광객도 많았다. 오전 10시부터 마을 방송을 통해 진혼곡과 추모곡이 흘러나오자 마을 분위기는 더욱 숙연했다. 일부 주민은 사저가 보이는 곳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오후 4시경 봉하마을 회관 앞에 임시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오후부터 최철국 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을)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영화배우 명계남,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던 이기명 씨 등 참여정부 때 관료와 친노 인사들이 임시분향소를 방문한 뒤 애도했다. 봉하마을이 지역구인 최 의원은 귀향한 뒤 농사와 환경정화활동을 하셨는데 가족들이 모두 수사를 받으면서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며 최근 사저에서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오래 하셨다고 애통해했다.
통곡의 운구행렬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노 전 대통령 시신을 싣고 출발한 운구차는 오후 6시 20분경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경찰이 폴리스라인(경찰통제선)을 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마을주민과 지지자, 관광객들은 운구차 양옆에서 눈물을 흘렸다. 상당수의 지지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운구 차량 뒤를 한동안 따라 걸었다.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오후 5시경 봉하마을 사저에 도착했다. 휠체어를 탄 채 마스크를 쓰고 사저로 들어갔다. 오전 남편의 시신을 확인한 뒤 한때 실신한 것으로 알려진 권 여사는 오후 간신히 정신을 되찾은 뒤 눈물을 흘리며 노 전 대통령을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부인 민미영 씨가 권 여사 곁에서 지키며 위로했다.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이날 오후 늦게 봉하마을 자택에 도착한 건평 씨도 눈물을 쏟으며 동생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사저 인근 봉하마을 관광안내소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글로 가득 찼다. 노사모 회원뿐만 아니라 주말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편히 쉬세요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이젠 편히 잠드세요 민주주의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이제 역사가 평가할 겁니다 등의 글을 남겼다.
봉하마을 현장검증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추락한 봉화산 부엉이바위 일대에 경찰관 30여 명을 투입해 등산로를 통제하고 봉화산 일대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봉하마을 일대에는 현재 수사 관계자와 경찰병력 300여 명이 사망경위와 장소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추락지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