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부실 우려가 큰 9개 대기업그룹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어 6월부터 계열사 매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당초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했던 다른 2개 그룹은 자체 노력으로도 재무구조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하반기 실적에 따라 약정 여부를 정하는 9+2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24일 45개 주채무계열 그룹에 대한 재무 분석 결과 11개 그룹의 재무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채권단이 이 중 9개 그룹과 다음 달 초까지 재무 약정을 체결해 구조조정을 바로 시작하고, 개선 가능성이 있는 나머지 2개 그룹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무약정 체결 대상으로 확정된 9개 그룹은 대부분 최근 1, 2년 동안 기업 인수 등 외형 늘리기에 치중한 결과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건설 및 금융 관련 계열사로 구성된 한 그룹은 부동산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부채규모가 늘어 지난해 부채비율이 250%로 1년 전보다 100%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양호한 편이지만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그룹들도 재무약정 체결대상에 포함됐다. 정보기술(IT) 업종에 속하는 모 그룹은 2007년 30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가 지난해 5조 원에 이르는 순손실을 냈다. 채권은행들은 9개 그룹과 계열사 매각 부동산 등 보유자산 처분 업종별 지역별 사업 조정 증자 등을 뼈대로 하는 재무약정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이번에 약정하지 않는 2개 그룹은 원-달러 환율 급등이나 업황 부진 같은 일시적 요인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됐지만 사정이 개선될 가능성이 큰 곳이다. 채권은행은 2개 그룹의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등이 하반기에 개선되는지 살펴 연말이 되기 전에 추가로 재무약정을 할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