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에게 노동교화형 1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은 단심()으로 최종 확정됐다. 앞으로 두 여기자를 조기에 석방시키려는 미국 행정부와 북한 당국 간의 교섭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재판소는 미국 기자 로라 링과 리승은(유나 리)에 대한 재판을 6월 4일부터 8일까지 진행했다며 재판에서는 이미 기소된 조선민족 적대죄, 비법 국경 출입죄에 대한 유죄를 확정하고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언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노동교화형은 한국의 징역과 같은 것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강제노동을 하는 대표적인 형벌이다. 최은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중앙재판소가 1심 재판을 하면 상소할 수 없어 형은 그대로 확정된 것이라며 여기자들은 법원이 형 집행 지휘 문건을 교화소에 보내면 10일 내에 교화소로 이송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비록 중형을 선고했지만 크게 염려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죄명을 보면 간첩죄가 아닌 만큼 어느 정도 협상을 통해 석방해 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미국 국무부의 이언 켈리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모든 가능한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미 북한에 서한을 보내 여기자들의 월경을 대신 사과하며 석방을 호소했다고 미국 ABC방송이 7일 보도했다. 미국 측은 두 여기자의 형이 확정된 만큼 북한 주재 스웨덴대사관이나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 등 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과 본격적인 석방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민간인 자격의 석방 교섭단이 방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커런트TV 소속 두 여기자는 3월 17일 북-중 접경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중 북한 군인들에게 붙잡혀 억류됐다. 북한은 5월 14일 두 여기자를 재판에 넘길 것이라고 예고한 뒤 이달 4일 이례적으로 재판 시작을 사전에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