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정적자 위기에 처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일(현지시간) 새 회계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가 시작됐지만 캘리포니아 등 6개 주가 재정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예산안 처리를 하지 못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집값이 급락하고 세금 수입이 크게 줄면서 미국 주정부들의 금고는 이미 바닥난 상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주 의회가 재정적자 상황을 제대로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캘리포니아는 새 회계연도에 263억 달러의 예산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한달에 세 차례 비교적 민원이 적은 공공기관을 선별해 문을 닫기로 했으며, 공무원 23만5000명에 대해 7월부터 의무적으로 무급휴가를 시키는 방식으로 공무원 임금을 14% 삭감하기로 했다. 현금이 바닥난 주정부는 새 예산안이 통과될 때까지 2일부터 후불수표로 불리는 단기차용증(IOU)을 발급하기로 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날 주 의회 특별회기를 소집했다. 이에 따라 주의회는 45일 내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교육예산 삭감 등을 골자로 한 재정위기 해소 3개 법안을 이날 상정했으나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지 못해 법안 통과에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자 해소 방안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증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정부 지출을 더 축소해야 한다는 정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공화당원인 슈워제네거 주지사도 증세 방안이 담긴 예산안은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런 사정은 대부분 여타 주정부들도 안고 있는 고민이다. 주 의회 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주정부의 새 회계연도 예산 부족액은 총 1210억 달러에 이른다. 올 회계연도 1024억 달러보다 18% 정도 늘어난 액수다. 이런데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1일 새 회계연도를 시작한 46개 주 가운데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6개 주가 아직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대부분의 주가 증세냐, 지출 축소냐를 놓고 홍역을 치르다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이들 주에서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애리조나 주는 공화당 소속 젠 브루어 주지사와 주 의회 공화당 지도부가 민주당의 세금인상 방안에 반대하고 있어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며, 오하이오 주는 경마장에 슬롯머신을 설치해 9억3300만 달러 세수를 확보하자는 주지사의 제안을 놓고 찬반이 엇갈려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코네티컷 주의 경우 공화당 소속 조디 렐 주지사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 의회가 향후 2년간 25억 달러 규모의 세금인상안 등을 포함시켜 통과시킨 예산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