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라디오 연설에서 임기 말쯤이면 대학 입시제도가 거의 100% 입학사정관제 또는 농어촌 지역균형선발제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이날 발언은 사교육 대책의 일환으로 대학입시 개혁과 입학사정관제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서 나아가 임기 말이란 시한과 함께 100% 입학사정관제 선발라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어 대학입시 제도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한 풀이된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청와대는 교육개혁은 고교연계형 선발방식, 교육과정 개편 그리고 수능체제 개편 순으로 진행되며 이게 착근되려면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2013년이면 100% 입학사정관제 선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마디로 대학입시 제도를 통째로 뒤집겠다는 얘기다. 우리는 사교육 망국병을 고쳐보려는 대통령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입학사정관제 100% 선발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교육자율화에 역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생의 점수보다는 창의력과 잠재력을 보는 선진국형 선발제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이 제도가 정착되는 데는 10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고 그만큼의 노하우, 고교와 대학간의 신뢰가 쌓여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0학년도에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하는 인원은 47개 대학 2만690여명으로 지난해 40개 대학 4555명에 비해 4.5배 늘었다. 이는 전체 입학정원의 6%에 불과한데도 학부모과 수험생의 큰 혼란을 주고 있는데 3년 내 이를 100%로 확대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입시제도는 대통령이라도 해도 그렇게 막 뜯어고치는 게 아니다. 더구나 이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3불()정책을 비판하며 대학에게 학생선발 자율권을 돌려주겠다는 약속했다. 대통령이 입시제도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구세대의 유산이다. 오죽하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을까.
입시제도를 바꾸려면 오랜 연구와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절차도 없이, 그것도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하기보다는 사교육을 잡겠다는 목적으로 단기간에 입시제도를 뜯어 고친다면 혼란과 부작용이 얼마나 크겠는가. 입학사정관제란 결국 사람이 사람을 뽑는 것인데 제도(수능)로 사람을 뽑아도 잡음이 생기는 판에 이렇게 갑자기 제도를 바꾸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