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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엔 개구쟁이, 꽃길엔 연인들이

Posted August. 03, 20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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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행인들로 북적거리던 육조거리를 연상시키듯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광화문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1일 문을 연 광화문광장이 주말과 일요일을 맞아 구경을 나온 가족 단위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1일 18만5000여 명, 2일 9만5000여 명(오후 4시 현재) 등 이틀 동안에만 28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면적이 한정된 광장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통행에 불편을 느낀 일부 시민이 광장 옆 차도로 내려와 이동하는 위험한 장면도 연출됐다. 광장과 차도 경계에 교통경찰이 배치됐지만 한꺼번에 몰려든 시민을 통제하기는 어려웠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광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출구에서도 광장에 운집한 인파로 인해 앞선 사람들이 나가지 못해 뒤따르던 시민들이 뒤엉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광장 조성 과정에서 왕복 16개 차로가 10개로 줄어든 데다 광장을 구경하느라 서행하는 차량들 때문에 광장 주변 도로는 주말 내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하지만 2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도심 속 쉼터를 찾은 시민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에 설치돼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대는 1223 분수는 무더위를 잊고 싶은 개구쟁이들에게 단연 인기였다. 분수대에서 아들 권대현(9) 동훈 군(5)의 물놀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권오민(38) 오정숙(33여서울 은평구 신사동) 부부는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우리까지 신난다고 말했다.

총길이 162m에 약 22만 송이의 꽃밭이 조성된 플라워카펫에서는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과 노부부가 눈에 많이 띄었다. 광장 개장 소식을 듣고 부인 이승자 씨(65)와 함께 온 김인수 씨(72경기 고양시)는 광화문의 역사를 글과 사진에 담은 전시물도 인상적이고 연도별로 서울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물길도 맘에 든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일부러 온 사람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보러 왔다는 경북 영천초등학교 6학년 손희정 양(12)은 분수나 꽃밭도 좋지만 역사물길을 거닐며 역사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캐나다에서 온 무스타파 씨(59)는 유서 깊은 고궁을 배경으로 분수대와 꽃밭이 자리 잡고 있어 매우 아름답다고 말했다. 터키에서 온 자난 씨(48여)는 회색의 도심 속에 위치한 넓은 꽃밭이 인상적이라며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의 개선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광장 역사물길에서 뛰어노는 아들 장민호(8) 민석 군(2)을 지켜보던 장재혁 씨(36서울 은평구 불광동)는 물길과 분수대 바로 옆에 차로가 있어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차로와 광장 경계에 낮은 울타리나 가드레일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땀을 식히고 다리를 쉬어갈 그늘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신영 씨(43여경기 용인시)는 많은 시민이 찾는 공간인데 그늘이 없고 식수를 마실 곳을 찾아보기 힘들어 아쉽다며 벤치도 몇 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우정열 신민기 passion@donga.com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