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중국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혁명 1세대를 자처하는 중국 공산당의 고위 원로가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부정하고 민주화를 촉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직 고위지도자 중 한 명으로 보이는 이 원로는 인터넷에 담화체로 올려진 글에서 서구식 민주주의의 전면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다당제 도입과 보통선거의 실시, 언론의 자유와 정치적 반대에 대한 관용, 당정군()의 분리 등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공산당 집권 60년이 큰 성과를 거뒀다는 당의 공식 선전 문구를 거부하고 대약진이나 문화대혁명 등 오점으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1만자 분량의 이 글은 이 원로가 4차례에 걸쳐 개혁개방 1세대를 자임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젊은 교수와 나눈 내용을 제3자가 집권당은 기본적인 정치윤리를 세우라는 제목을 붙여 원로가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정리한 사람은 끝내 원로와 젊은 교수 모두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 글은 현재 중칭()논단, 톈야()논단 등 중요 인터넷 토론방에서 토론 주제로 다뤄지고 있으나 글 자체는 이미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글 원문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계속 퍼지고 있다. 전직 관료 출신으로 개혁 성향의 인사들이 주축이 돼 발행하는 잡지인 옌황춘추()의 우쓰() 편집장은 많은 사람들의 오랜 여망을 반영한 것이어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8일 이 원로가 올해 93세로 개혁개방 초기 덩샤오핑()을 도왔으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지낸 완리()나 올해 80세인 톈지윈() 전 부총리일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프리 아시아(RFA)도 고령인 완리가 구술한 내용을 제3자가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글을 인터넷에 처음 올린 블로거 역시 구술자는 완리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시사 월간 홍콩개방잡지의 진중() 총편집장은 이런 글이 나오는 것은 공산당에서 중국의 노선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유명 언론인 출신 블로거는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나온 이번 글은 집권당 안팎에서 민주적 개혁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반면 국책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의 쉬유위() 연구원은 글의 진실성에 의혹이 없지 않아 뭐라 평가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