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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버드대와 서울대

Posted August. 27, 20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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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의 고등교육평가인증위원회가 세계 725개 대학을 상대로 대학별 연구논문 평가를 실시했다. 1위는 미국의 하버드대가 차지했고 2위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였다. 한국에선 서울대가 85위에 올랐다. 1위 하버드대의 힘은 순위보다 평가 내용 면에서 두드러졌다. 국제학술지 인용 횟수, 논문 편수 등 8개 항목을 종합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에서 하버드대는 96.14점을 기록했다. 2위인 존스홉킨스대는 40점 이상 낮은 52.67점이었다. 나머지 대학들이 근소한 점수 차이로 순위가 엇갈린 가운데 압도적 우위를 점한 것이다.

하버드대는 20일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가 집계한 미국 대학평가에서도 프린스턴대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대학 평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하버드대가 보유한 발전기금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369억 달러(약 46조원)에 달했다. 지난 연말 금융위기로 인해 상당한 투자 손실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미국 대학 가운데 최대의 발전기금을 갖고 있다. 뛰어난 연구 역량과 졸업생의 높은 평판, 막강한 재원이 세계 1위의 비결이다.

하버드대의 드루 파우스트 총장이 25일 서울대 이장무 총장을 만나 하버드대의 아시아 협력 파트너로서 서울대와 긴밀한 관계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버드대 총장이 한국 대학의 총장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여성인 파우스트 총장은 서울대가 경기 시흥시에 추진 중인 국제캠퍼스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국제캠퍼스는 100% 영어 강의가 이뤄지는 곳이다. 하버드대가 서울대의 국제캠퍼스에 어떤 형식으로 협력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더 타임스 대학평가에서 세계 50위에 올랐다. 서울대의 발전기금은 3000억원 수준으로 하버드대의 100분의1도 안 된다.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국에서 공부 잘 하는 인재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는 기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가 세계적인 대학이 되려면 관료적 체질부터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을국회에 법안 상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서울대 법인화 작업을 차질 없이 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계적인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지원도 절실하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